“연말정산, 가족애도 무너뜨렸다”
부양가족 공제기준 허점투성이
2016-01-2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서울에 사는 이 모씨(47)는 최근 연말정산을 두고 형제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생겼다. 올해부터 연말정산 환급액이 대폭 감소하면서 따로 사는 부모님의 부양가족 공제를 누가 받느냐를 두고 언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씨는 그동안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자기가 받아왔던 부양가족 공제를 손 아래 동서가 부인에게 전화해 올해에는 자기네들이 받고 싶다고 말하면서 동서 간 말다툼이 발생했다.그간 통신사 가족결합 상품 등의 단위 마케팅에서 발생할 법한 가족 간 다툼이 연말정산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2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납세자연맹 등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연간 소득 100만원 이하의 조건이라면 직계존속의 동거 여부와 상관없이 부모님에 대해 부양가족 공제를 받을 수 있다.해당 조건을 만족하면 1명당 150만원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 때문에 부모님 2분 모두 부양가족으로 등재 되면 300만원의 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부양가족을 실제로 모시고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이 씨는 “부모님과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조건만 성립되면 부양가족으로 등록할 수 있다고 들어서 정작 모시고 있는 자녀가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할까 걱정된다”며 “그동안은 별 말 없이 부모님을 직접 모시고 사는 형제가 부양가족 공제를 받았지만 올해 연말정산은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이 같은 분쟁이 생긴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이외에도 인적 공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인척들 사이에서 낯 찌푸리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일례로 이혼으로 친권을 잃은 자녀도 공제 대상에 포함돼 연말정산을 앞두고 예전 배우자에 연락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또한 부모의 재혼 상대 역시 소득공제 대상이 되면서 이복형제 간 인적 공제를 누가 받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 충돌도 나오고 있다.부양가족 공제 기준이 모호한 점은 또 있다.현행 규정에 따르면 부양가족의 소득금액이 연 100만원을 초과하면 연말정산 때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지만 분리과세되는 금융소득이나 한시 비과세되는 주택임대소득으로 연간 2000만원 이하를 번 경우는 공제가 가능하다.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자본소득이 많은 부모를 둔 자녀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는 반면, 가난한 부모를 둔 자식은 생활비를 보태줘도 공제를 못 받는다”며 “개발연대 시절 마련된 ‘자본우대세제’가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기재부는 기본공제대상자의 분리과세 되는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기재부 관계자는 “납세자로 하여금 부양가족의 분리과세되는 이자ㆍ배당소득까지 파악해 기본공제대상자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며 “은퇴 노령층이 주로 수령하는 분리과세 연금소득과 같은 경우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경로자우대공제, 장애인공제 등도 같이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