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들, 저금리·기술금융 확대에 ‘실적 압박’
올해 직원 평가지표에 대거 반영
2016-01-2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 직원들이 저금리 추세와 기술금융 확대 정책으로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올해 직원 핵심성과지표(KPI)를 확정하고 이를 전국 영업점에 배포했다. 이 지표는 직원들의 인사 고과를 매길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한해 영업 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올해 은행원 평가지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은행마다 ‘수익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국민, 농협, 우리, 하나, 외환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수익성 항목에 대한 배점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에 가계대출을 10% 가까이 늘리는 등 외형 성장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내실 다지기에 힘쓰는 모습이다.한 시중은행 임원은 “초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지난해 화두가 ‘성장’이었다면 올해는 ‘수익’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은행들의 수익성 강화 노력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눠 추진되고 있다.하나는 비이자수익의 강화다. 펀드, 보험, 연금 등 이자수익과 관련 없는 상품의 판매를 늘리면 수수료 수익을 키울 수 있어 각 은행마다 비이자수익 배점을 크게 높였다. 국민은행은 ‘교차판매 배점’,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배점’, 외환은행은 ‘계열사 협업 배점’까지 신설했다.또 하나는 월급 통장의 유치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이자가 거의 안 붙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가장 원가가 낮은 예금 상품이다. 농협, 우리은행 등 상당수 은행이 ‘저원가성 예금’ 항목을 신설하거나 배점을 높였다.은행들은 이와 함께 기술금융 항목을 신설해 기술신용대출 등의 실적이 뛰어난 직원과 부진한 직원을 차별화하기로 했다.은행원들은 고달픈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예금이나 대출 경쟁이야 은행원의 숙명이지만, 펀드, 연금, 기술금융 등 유치가 쉽지 않은 상품들이 올해 대거 평가항목에 들어오거나 배점이 크게 높아지면서 벌써부터 실적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대규모 희망퇴직과 점포 감축도 은행원들의 압박감을 키우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실적 부진으로 인해 명예퇴직 대상이나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씨티은행 노조의 조성길 국장은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 이후 남은 직원의 업무가 대폭 늘었지만 실적 목표치는 갈수록 높아진다”며 “지점장의 경우 성과를 일일 단위로 관리하다 보니, 실적 올릴 계획을 짜느라 휴일도 휴일같지 않다는 얘기들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