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 여성들…”
2011-01-19 이한일 기자
[매일일보=이한일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 여성은 70명으로 나타났다. (사)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가 남편이나 남자친구인 사건은 전체 82건이었고, 이 중 살해된 여성은 70명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46명은 남편에 의해, 24명은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됐다. 아내대신 가족을 살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녀, 친정부모 등 1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또한 상담건수 1,766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97.6%는 남성이었으며, 피해자와의 관계는 남편/전배우자/애인/과거애인이 82.8%를 차지했다. (사)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의 가해자 통계도 여성폭력이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는 통념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성폭력 상담 605건 중에서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일 경우는 22명(5.4%)에 불과했다.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과거에 친밀한 관계였던 남성이 가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여성폭력 가해의 대부분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지만, 국가는 폭력의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처벌에 적극으로 나서지 않는다. 2009년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면접상담 통계를 보면, 경찰에 한 번 이상 신고한 적이 있는 48명 중 22명은 “집안일이니 잘 해결하라며 돌아가라”는 답변을 경찰로부터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45.8%). ‘가정폭력방지법의 내용을 설명해주며 조치를 취하기’보다는(22.9%) 오히려 ‘법으로 해결하고 싶으면 고소하라’는 태도로 피해자에게 해결할 방법 없음을 설명하기 바빴다(39.6%).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여자들은 어디로 갔을까.2009년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면접상담 내담자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남편의 폭력을 멈추게 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여성은 6.5%에 불과했다. 남편의 폭력을 멈추게 하기 위한 노력들을 복수응답으로 체크한 결과, 아내들은 대화를 시도하거나(57.9%) 주변사람을 통해 남편을 설득시키기도 하며(31.8%), 이혼을 요구하거나 가출하는 등 남편과의 분리를 시도하기도 한다(66.4%). 상담을 받거나(20.6%) 경찰에 신고하기(15.9%)도 하였다. 협회 측은 “2009년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살해된 여성들에 관한 한국여성의전화 조사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을 분석한 것으로 실제로 언론이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남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