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담배 점유율, ‘29년’만에 외국산에 뒤져
2016-02-01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올해 국산 담뱃값이 일제히 인상된 틈을 타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춘 외국산 공세가 두드러지면서 KT&G의 점유율이 40% 안팎까지 떨어졌다.국산 담배 판매 규모가 외국산에 뒤진 것은 지난 1986년 필립모리스 ‘말보로’가 외국산 담배로서 국내에 첫 상륙한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A 편의점 업체가 지난달(1월 1~29일) 매출 기준으로 담배 제조사별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KT&G는 43.2%에 그쳤다.이어 필립모리스(24.4%), BAT(23.4%), JTI(9%) 등의 순이었다. 외국산 담배의 점유율이 56.8%로 KT&G를 무려 13.6%포인트나 앞선 것이다.금액이 아닌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KT&G의 위축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지난달 수량 기준 KT&G의 점유율은 38.3%, 외국산은 이 보다 23.4%포인트나 높은 61.7%에 이르렀다. 필립모리스,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JTI(재팬 토바코 인터내셔날)의 개별 비중은 각각 21.1%, 29.8%. 10.8%로 집계됐다.B 편의점 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지난달 매출 기준 KT&G의 점유율은 46.2%로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판매량 기준으로는 40.5%로 40%대조차 힘겹게 유지했다.더구나 이 같은 국산, 외산 담배 점유율 역전 현상은 불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매우 급작스런 변화다.B 편의점의 작년 12월 점유율 조사에서 KT&G는 매출 기준 53.1%, 판매량 기준 54.5%를 차지하며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1월 1일부터 담뱃값이 평균 80%(2000원) 오른 뒤 한 달 만에 점유율이 매출 기준 6.9%포인트, 수량 기준 14%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A 편의점 통계에서도 1월 KT&G의 시장 비중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11.6%포인트(매출 기준), 18.1%포인트(판매량 기준) 곤두박질 쳤다.외국산 담배를 제조업체별로 나눠보면, 보그 등을 앞세운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B 편의점 집계에서 BAT의 1월 판매량 점유율(25.30%)은 한 달 사이 무려 11.2%포인트나 뛰었다. 수량 기준으로만 보면, 오히려 0.8%포인트 떨어진 필립모리스(22%)를 젖히고 외국산 담배 1위에 오른 셈이다.12월 대비 매출 기준 점유율 증가폭도 BAT(6.5%포인트)가 필립모리스(0.3%포인트)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1월 매출 점유율 자체로는 필립모리스(24.2%)가 여전히 BAT(20.8%)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일본계 JTI도 크지는 않지만 한 달 사이 매출과 판매량 기준으로 각각 0.1%포인트. 3.5%포인트 점유율을 늘렸다.BAT는 A 편의점에서도 1월에 시장 내 판매량·매출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이 같은 국산·외산, 외국산 담배 제조사별 점유율 순위가 뒤바뀐 가장 큰 이유는 외국 담배업체들의 발 빠른 담배 가격 마케팅이 일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BAT코리아는 지난달 15일부터 보그 시리즈를 한 갑당 3500원에 내놨다. 기존 가격보다 1200원 오른 것이지만, 국산 주요 담배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이나 뛴 데 비해 인상 폭이 작다.필립모리스 역시 지난달 19일부터 주력 제품인 말보로, 팔리아멘트 값을 4700원에서 4500원으로 낮춰 팔기 시작했다. 200원 정도였던 국산 담배와의 가격 격차를 완전히 없앤 것이다.하지만 이 같은 외국산 담배업체들의 가격 정책이 가뜩이나 담뱃값 인상에 충격을 받은 흡연자들에게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BAT의 경우 1월 한 달간 보그를 3500원에 싸게 팔아 인지도를 높인 뒤, 다시 이 달 부터 가격을 4300원으로 올리는 전략으로 경쟁사나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