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기업들, 악성 블랙컨슈머 퇴치 적극 나선다
현대百 ‘원클릭 안심약속제도’, 이마트 ‘이케어’ 등 대응 프로그램 가동
2016-02-02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 경기도의 한 아웃렛에서 여성복 의류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46·여) 일명 블랙컨슈머 때문에 여간 속앓이를 하는 게 아니다. “며칠 전 한 여성이 착용한 흔적이 역력한 옷을 들고 와서 막무가내로 환불을 요구했다”며 “이를 들어주지 않자 폭언에 몇 십분 간 영업을 못하게 난동까지 부렸다”고 털어놨다. 이럴 때면 그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든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B씨(55)는 한 손님으로부터 먹던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항의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손님이 인터넷에 음식점에 대한 글을 올리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B씨가 서둘러 보상금을 쥐어주니 그제 서야 손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음식점을 빠져나갔다고 한다.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직원들에게 부당한 요구와 폭언·폭력을 일삼는 블랙컨슈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유통업계에 만연된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에 기업들은 과거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악의성이 명확한 경우 적극적으로 고소 및 고발에 나서는 쪽으로 대응 방식을 바꾸고 있는 추세다.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의 80% 이상이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특히 가장 많은 피해를 호소하는 곳이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식품·유통업계인 것으로 알려졌다.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여차하면 무릎을 꿇거나 고객이 뱉은 침을 맞는 모욕도 견뎌 내야 한다.앞서 지난달 한 남성이 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도를 넘은 블랙컨슈머 행각이 발각돼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그는 영화가 재미없다며 공짜표를 받아내고 짬뽕을 먹고 배탈이 났다며 보험금을 타내는 등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해 지난달 20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업계에서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이 블랙컨슈머 양산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블랙컨슈머들은 기업 이미지나 상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SNS를 타고 급속히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렇듯 일부 블랙컨슈머에 의해 피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자 참다못한 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대응 방침을 만들어 진상 고객 퇴치에 나섰다.현대백화점은 2013년부터 ‘원클릭 안심약속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이 상품 구매 후 결제를 마치면 영수증과 함께 상품 취급주의 정보를 담은 ‘상품안심카드’와 ‘선물교환증’이 자동으로 출력되도록 했다.‘상품안심카드’에는 이염주의, 습기주의, 마모주의, 직사광선주의, 보풀주의, 세탁방법 등 판매상품에 대한 취급 주의 내용을 담고, 판매사원이 이를 고객에게 설명한 뒤 서명하도록 했다.블랙컨슈머 중 상당수가 판매직원의 상품 취급주의 고지 여부를 발뺌하며 억지성 교환, 환불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물교환증’은 상품 판매처와 교환기준 등을 담았다.이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케어(E-care) 프로그램을 도입해 각 점포의 고충처리 기구를 강화하고 악성고객에게 쓸 수 있는 대응지침을 마련했다.전화응대 시 고객이 폭언과 욕설을 할 경우 바로 통화를 강제 종료하고, 대면응대를 할 때도 고객이 폭언 등을 하면 관리자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