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양극화 극심..우량채만 자금 쏠려

기업들 저금리 활용 장기물로 차환발행

2016-02-0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올해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53조원 가량의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우량 기업들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를 활용해 차환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 금융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일부 취약 업종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강등돼 차환 발행이 불투명한 상태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53조5692억원으로 지난해 57조5832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올해 만기 도래분은 국내 기업 전체의 이익잉여금 50조2938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상황이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라는 대외 여건에 기업들의 내부 이슈 등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회사들이 속출했다.지난해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총 47개사로 집계돼 외환위기 당시 63개사 이후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주로 업황이 침체된 기업과 관계사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대표적으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은 실적 부진으로 재무위험이 커졌고, 여기에 파생상품과 지분법 관련 손실부담이 확대되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현대로지스틱스도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신용위험이 커진 데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됐다.한진해운은 해운업의 장기 침체로 자금난이 심해지며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연대보증 의무가 있는 대한항공· 한진칼도 영향을 받아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미쳤다.동부메탈 역시 동부그룹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동부팜한농 또한 재무부담 증가로 등급이 하락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연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최근 한국기업평가가 국내 26개 업종에 대한 산업별 관측에 따르면 반도체만 긍정적이고 나머지 업종들은 모두 둔화·부진 등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은 29곳으로 역대 최다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반면 우량 기업들은 저금리를 적극 활용한 차환 발행에 나서 이자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예전에 비해 만기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사상 최저 금리를 이용해 장기 자금으로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지난달 27일 현대제철은 회사채 4900억원을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된 채권은 5년 만기와 7년 만기로 각각 2200억원과 2700억원씩이다. 금리 수준은 5년물이 2.336%, 7년물이 2.504%로 나타났다.현대제철은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차환에 활용했다. 2010년(1500억원, 5.76%)과 2012년(1000억원, 3.91%)에 발행된 채권으로 현대제철은 이번 채권 발행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이자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KT 역시 지난달 29일 4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2900억원을 차환하는데 활용했다. KT는 5년물 1600억원, 10년물 2400억원, 20년물 500억원 등 장기채를 발행하면서 2%대 수준의 낮은 금리를 책정했다.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의 금리는 평균 5% 내외의 수준으로 KT 역시 이번 발행으로 금융비용을 절반으로 낮췄다.두 회사와 같이 저금리로 장기물을 발행하려는 현상은 시장 전반적인 추세다.지난해 만기 3년 미만의 회사채 발행액은 1조942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전체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52%에서 4.57%로 떨어졌다.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 전반적으로는 위축된 모습이지만 기업들이 현재 금리 수준을 최저로 보고 있어 만기가 도래한 물량을 장기채로 차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