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생존력 높여라”...‘불황형 흑자·원화 강세’극복 필수
저유가 긍정적 효과 '시기상조'...유연한 통화정책 필요
2016-02-0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한국 경제가 심상치가 않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치 이면의 질적인 측면으로 따지고 보면 수출과 수입액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수출과 수입의 동반 하락은 불황형 흑자의 전형적인 징조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 지속은 원화 강세 고착화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 수출의 가격경쟁력 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로 흑자 폭이 커졌다. 수출 증가율은 최근 5년 만에 가장 낮은 0.5%에 그쳤다.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894억2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종전 사상 최대인 2013년의 흑자 규모 811억5000만달러보다 82억7000만달러(10.2%) 늘어났다. 하지만 한은이 제시한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900억달러에는 못 미쳤다.경상수지 흑자 배경에는 수출 증가보다 더 큰 폭의 수입 감소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출은 전년대비 0.5% 증가했지만 수입은 1.3% 감소했다.수입은 201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수출 증가율 역시 2009년(-15.9%) 하락 이후 2010년 27.4%로 급증한 뒤 2011년(26.6%), 2012년(2.8%), 2013년(2.4%)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0%대로 추락했다.수출과 수입의 동반 하락을 두고 일부에서는 불황형 흑자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는 최근의 현상은 국내 경제 여건보다 대외 여건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최근 수입 감소나 수출 증가율 둔화는 국내 경기와 상관없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산업통상자원부의 잠정집계 결과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줄었고 수입액은 11% 감소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5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의 8억9000만달러보다 약 46억달러 늘어 36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여기에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통화 조절에 나서면서 환율 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 내수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저하가 걱정되는 현실이다.1월 미국 달러 대비 화폐가치는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가 각각 5.59%, 0.48% 하락한 반면 원화는 1.37%나 올라 유독 높은 절상률을 나타냈다.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 리스크 등과 같은 위험요인에도 ‘원화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원화의 '나 홀로 강세'는 한국 경제가 강대국들의 환율전쟁 틈바구니에서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하다.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금리를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자본시장으로 막대한 투기성 외국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통화 당국은 이 같은 점을 유념해 앞으로의 통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정부 정책 당국자들이 한결 같이 입을 모아 하는 ‘유가하락이 한국 경제에 득’이라는 주장은 시기 상조라는 것이 올해 1월 실물 지표에서 나타났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정부가 유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판단력을 갖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