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하지 않은’ 정홍원 총리의 2년

억세게 질긴 ‘관운’ 탓? 앞뒤로 ‘낙마자’ 3명 대기록
세월호 참사 속 최장수 시한부·임시·식물 총리 오명

2016-02-03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3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방문해 고별인사를 했다. 이날 정 총리의 표정은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로 보낸 2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홀가분하지만은 않은 듯했다.이날 정 총리를 만난 정의화 의장은 “2년 동안 세월호 참사만 없었다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전 국민 아픔을 같이 해서 총리님의 노고가 많았다”며 “그만두시면 이제 푹 쉬고 재충전을 하시라”고 인사했다.정 총리는 “산적한 난제들이 남아있어서 홀가분하지는 않다. 이제 많이 좀 도와달라”고 인사하면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한 계기가 됐다. 뿌리 속 의식도 달라졌고 우선 정부부터 안전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하게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정 총리는 후임자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천지개벽할 정도(?)의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다음 주가 되면 고대했던 ‘이임’을 하게 된다.박근혜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한 이후 거의 만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재임하고 있는 정 총리는 재임기간 전후로 3명의 총리후보 낙마자를 거쳐 보내는 등 ‘억세게 질긴 관운’을 이어왔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정대를 졸업한 후 30년간 검사로 활동했으며 공직을 떠난 후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던 정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이다.김용준 초대 총리 지명자의 낙마로 발탁된 정 총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바로 다음 날인 2013년 2월 26일 임명장을 받는데,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던 와중에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정 총리는 사고 당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분노한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곧바로 자리를 뜨거나, 청와대로 가겠다는 가족들이 경찰과 대치중일 때 몇 시간 동안 승용차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샀다.결국 참사 이후 11일 만인 지난해 4월 27일 정 총리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수습 이후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세월호 참사 수습을 이어가되 총리로서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해 ‘식물총리’라는 오명까지 들었다.그러나 박 대통령이 후임 총리로 지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연거푸 각종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같은 해 6월26일 결국 유임 발표됐고,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유임을 두고 “세월호 참사에 책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이후에도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여의도발 개각설이 불거지자,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작 정 총리는 경제·사회부총리와 함께 3인 정례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에 나섰다.거취에 대한 기자들에 질문에 “소이부답”이라고 답하며 교체설을 일축했던 정 총리는 그러나 연초에도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짐에 따라 단행된 청와대 인적쇄신으로 결국 옷을 벗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