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택배시장...CJ대한통운 대항마 뜨나

롯데·농협·로젠 등 M&A 잇따라…시장 지각변동 주목

2016-02-09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유통 공룡' 롯데와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농협이 사실상 물류시장에 뛰어들면서 4조 규모의 국내 택배 시장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한진, 로젠, 우체국이 79.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이 38%, 현대로지스틱스 13%, 한진택배 11%, 우체국 9%, 로젠택배 8% 순이다.

시장 선두인 CJ대한통운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전 사업부문에 고른 성장을 보이는 등 연이은 호재로 업계의 기대치를 높였다.

지난 3일 CJ대한통운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한 1조2308억원, 당기순이익은 370억44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이런 가운데 이 회사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한 대기업의 물밑 작업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형국이다.경쟁의 불씨는 지난해 9월 롯데가 현대택배를 운영하는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일본 금융기업 오릭스 SPC(특수목적법인)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촉발됐다.오릭스SPC는 현대그룹으로부터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9%를 인수했다. 오릭스SPC 주주는 오릭스(35%), 롯데그룹(35%), 현대상선(30%)으로 구성됐다. 사실상 롯데그룹 주도의 인수합병인 셈이다.롯데 측은 투자 목적일 뿐 택배사업과 관련 선을 긋고 있지만, 이후 임병연 롯데그룹 정책본부 실장과 이진성 미래전략센터장을 현대로지스틱스 이사진에 합류시키며 경영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농협도 이르면 상반기 중 중소 택배업체 인수를 통해 택배사업에 진출할 전망이다.동부택배와 KG옐로우캡 등이 인수 대상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 1000억원 이상을 인수 비용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농협은 우체국이 지난해 7월부터 주5일 근무를 시작하면서 주말 농산물 배송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택배 시장 진출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최근까지도 업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농협은 지난 2007년 대한통운 인수에 나섰다 실패한 바 있다.업계 5위인 로젠택배 역시 KGB택배를 인수하기 위해 현장실사를 진행 중인 상태로,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로젠택배는 중소택배사 인수를 통해 8%대인 시장점유율을 11~12%까지 높여 업계 3위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후발 주자들의 잇따른 행보에 CJ대한통운도 적극적으로 해외에 눈을 들리고 있다. 실제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세계 5대 물류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2013년 중국 물류 기업인 스마트카고 인수 후 베트남·미얀마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세운 이 회사는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 기반을 둔 APL로지스틱스 인수 작업을 추진 중이다.CJ대한통운의 글로벌 행보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택배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세계 경제 중심이 미주·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동북아가 물류 거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CJ대한통운 측은 “그동안 크고 작은 M&A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며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