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갱' 한국 소비자…‘과시 근성’ 먼저 개선해야
‘베블렌 효과’가 '호구공화국' 만든 요인
전문가들, "가치지향적 소비 확대" 조언
2015-02-09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한국은 무조건 판매가를 비싸게 책정해 고급 브랜드로 인식하게끔 해야 잘 팔립니다.”한국 소비자들이 ‘봉’ 된지 오래다. 비싼 물건을 삼으로써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어하는 '베블렌 효과'가 한국을 ‘호구 공화국’으로 만든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9일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세계 13개국 주요도시에서 농축산물·가공식품 25개 품목 42개 제품의 물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42개 제품 중 35개 제품의 가격이 비싼 순으로 나타나 상위 5위 안에 들었다.특히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한국이 가장 비쌌다. 톨 사이즈(355㎖) 기준 한국 가격은 4100원으로 프랑스(4023원), 중국(3679원), 일본(3633원), 네덜란드(3614원) 등을 제쳤다.비교적 싼 값에 많이 구입한다는 유명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ZARA’의 경우 한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싸다. SPA 제품이 한국에선 더 이상 싼 맛에 사입는 브랜드가 아닌 셈이다.한국 판매가가 해외보다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국내 수입되는 립스틱의 경우 최대 9배나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모차, 청소기, 생수까지 서민물가 체감도가 높은 품목들도 이에 해당된다.지난해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10개 품목의 국내 판매가격은 수입가격 대비 약 2.8~9.1배로 나타났고, 이 중 립스틱이 9.1배로 가격 차이가 가장 많이 났다. 와인(4.8배)·등산화(4.4배)가 뒤를 이었고, 진공청소기(3.75배)·유모차(3.59배)·생수(3.47배) 역시 3배가 넘었다.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임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 수입상품 판매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실제로 1000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명품 가방은 대기자만 1000명에 달한다고 한다.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비싼 제품 사용이 마치 본인 인격인 듯 착각하는 소비욕구와 그 맥을 함께한다.전문가들은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도 판매가 잘 되기 때문에 주요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가격정책을 이렇게 가져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오세조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업체들은 원가나 유통구조보다는 소비자의 심리를 고려해 프레스티지 프라이싱(품질이 좋다는 인상을 주고자 가격을 높게 매기는 정책)을 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고소득층 사이에서도 정말 살 만한 물건을 사는 가치지향적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실제 최근에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호갱 탈출’을 선언하며 해외직구(직접구매)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직구를 하면 공식 수입원을 통해 한국에 상품을 들여올 때보다 상당히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