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로 둔갑한 아르바이트생 환자 생명 위협
2006-12-26 성승제 기자
이 같은 사실을 <매일일보>에 제보해온 김아무개에 따르면 A종합병원(서울)의 경우 자격증을 소유한 물리치료사를 단 한명만 고용한 채 물리치료 보조원 및 아르바이트생에게 환자 치료를 맡기고 있다.
김씨는 “일부 병원들이 경제적인 사정을 이유로 자격증을 소유한 물리치료사를 고용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 등을 고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무자격자로 인한 물리치료 의료사고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다”고 말했다.
이미 수년전부터 일부 준종합 병원에서 무자격자에 의한 물리치료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복지부의 답변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사실상 일부 병원의 불법적인 물리치료실 운영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는 셈이다. <전문>
전북 모지역에 살고 있는 백모씨(남 64)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백씨는 지난 8월 15일 갑작스런 폐행성요추염(허리디스크일종)이 걸려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일명 뼈주사인 스테로이드 주사를 투여했는데 이로 인해 30여분간을 허리마비상태가 되어버렸다.
당시 가족들이 병원 의사에게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 때 앰뷸런스 운전사가 물리치료를 해준다며 핫팩을 백씨의 몸에 깔았다.
당시 물리치료사가 쉬는 날이었기 때문인 게 이유다. 이로 인해 백씨는 3도 화상을 입고 피부이식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백씨 가족은 “어떻게 자격증은 고사하고 의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물리치료를 해줄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강북에 사는 이모씨(여 35)는 손가락 인대 파손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퇴원 후 물리치료를 받다가 또다시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관리자는 물리치료보조원이라고 했지만 알고 보니 자격증 없는 일반 아르바이트생으로 밝혀졌다.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이씨는 가게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어서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물리치료사 아르바이트생 고용
홍씨의 제보에 따라 기자는 지난 12월 19일 A병원을 찾아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물리치료의 실태를 취재했다.
하루에 많게는 수백여명의 환자를 받는 A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활동하는 사람은 3명이었다.
이중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단 1명. 나머지 2명 중 1명은 물리치료사와 전혀 무관한 아르바이트생이었고, 또 1명은 물리치료 보조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문제점을 확인한 기자는 총무부 김형원(가명, 남)실장을 찾아가 물리치료사들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에 김 실장은 “(물리치료사 자격증은)모두 있다”고 사실과 다르게 답변했다.
기자는 일부 병원들의 무자격 물리치료사 고용 실태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수소문 끝에 현직 물리치료사 이치현(가명, 남)를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한 명의 물리치료사들가 하루 평균 맡는 환자는 30여명정도가 적당하지만 실제로는 10~20여명의 환자들을 더 봐줘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맡아줘야 하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기본적인 진료조차 봐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무자격 물리치료사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까지 가중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물리치료 보조원은 말이 보조원이지 일반적으로 물리치료자(자격증 소지자)들이 하는 모든 일을 같이 하고 있어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면서 “환자의 생명까지 앗아간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원측이 피해 환자 가족과 합의(보상금)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피해사례가 은폐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또 병원측이 경영상의 이유로 인건비가 저렴한 물리치료 보조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무자격 물리치료사에 의한 의료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물리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한정돼 있는데 물리치료사들은 국가고시를 통해 연간 1천200여명이 배출되고 있지만 병원측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실습생이나 무자격증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리치료사는 현재 과잉공급 상태로 예전에 비해 인건비가 다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에서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계속 이런식으로 나가면 물리치료의 의료사고는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환자들이 물리치료사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리치료자격증 여부 환자에게 알려야
일부 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됨에 따라 의료소비자 시민연대 송성호 실장과 한국물리치료협회 유진수 이사에게 국내 의료법과 의료기관 행위에 대한 내용을 들어보았다.
물리치료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또한 무자격증자들의 행태가 왜 점점 커지고 있는지?
이에 대해 의료소비자 시민연대 송성호 실장은 “물리치료는 치료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자칫 사고가 나면 인대파열, 골절, 화상, 수술 후 악화 등으로 환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발생되는 이유는 아직 국내에 물리치료에 대한 의료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료법 제 53조에는 의료인이 무자격자에게 물리치료 역할을 하게 하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당하고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 제 30조는 자격증을 타인에게 대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제31조에는 의료자격증을 사칭하거나 속이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되어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물리치료협회 유진수 이사는 “물리치료사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속칭 귀에 걸면 귀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로 허술하게 적용되고 있다”면서 “국내 의료법은 아직 구체성이나 명확성, 제한성이 부족하고 모든 초점이 의사들에 맞춰져 있는 것이 주요원인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기사법의 전문영역이 의사여서 의료기관 내 대부분의 법률은 경영상의 특성에 맞게 바꾸어 가고 있다. 의사 마음대로 고용과 비고용을 선택할 수 있어 일부 병원에서는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들의 우월적이고 지도권적인 행태를 벗어나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현실적인 법 계정안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명확성, 구체성, 제한성을 완벽히 보완한 의료법 및 의료기관 법 개정안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울러 병원 내 물리치료사들이 자격증 여부를 환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줘야 할 것이며 병원 내 원장들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보다 양심적인 행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의료자원팀의 한 관계자는 “시·도 의료기간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 자체 조사 실시하겠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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