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악동 '찌라시'의 양면성 [대해부]
네가 죽고 사는 건 이 안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대우자동차판매(주)가 항간에 떠도는 루머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회사가 곧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이 돈 것. 이에 대우차는 발끈했다. 어떻게든 발본색원하여 함부로 놀린 입을 잘라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루머가 반대로 덕(?)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M&A설이나 오너 일가에 관련된 루머는 해당 기업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이를 이용하려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곤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 기업들 입장에선 이러한 설들이 달갑지 않다.
이리하여 이 찌라시는 루머, 설(說), 카더라통신과도 일맥상통하는 증권가의 은어이자 악동으로 군림하게 됐다.
여의도 증권가 악동 ‘찌라시’ , 과연 거짓만?
각계각층 시시콜콜한 얘기를 담은 증권가 ‘찌라시’, 일부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왕왕’
기업들 발본색원 나섰지만, 피해만 고스란히 입어…일부는 선정보로 덕보기도 해
어찌된 영문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구씨는 향후 재계 서열 4위의 LG그룹을 이끌어갈 황태자 신분이었기 때문. 당연히 사돈기업인 보락에게는 향후 유ㆍ무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미리 입수한 투자자들은 보락의 주식을 저가일 때 사들여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CJ의 경우 미디어공룡을 일구기 위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인수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지만, CJ는 그럴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M&A설에 거론된 기업들이 하나같이 극구 부인을 했던 탓에 온미디어의 매각설은 찌라시상에 떠도는 루머정도로 묻히는 듯했다.
이 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쯤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렇게도 발뺌했었던 CJ가 온미디어를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
M&A설이나 오너 일가에 관한 루머는 해당 기업에 유무형적 영향 끼쳐
일부, 고의로 거짓정보 흘려 주가를 띄우거나 M&A시 인수금액 낮추기도
이런 몇몇 예를 볼 때, 찌라시에 등장한 내용이 모두 거짓은 아니었음은 알 수 있다.
특히, M&A의 경우엔 그 특성상 드러내놓고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간에 오가는 협상내용이 알려지게 되면,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유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찌라시가 달갑지 않은 기업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찌라시에서 거론 된 것 자체만으로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최근 워크아웃설에 시달렸던 대우자동차판매(주)를 보더라도 그렇다. 대우자판은 검찰에 고발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으며 루머 진화에 나섰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우자판은 워크아웃설로 인해 주가폭락은 물론 회사 신인도 추락 등으로 투자자에 대한 신용평가 하락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한때, 건설업계에서는 ‘부도설’ 때문에 루머와의 전쟁을 벌였던 적이 있다. 서브모기지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속에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대형 건설사를 막론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몇몇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부도설’에 휩싸였다. 찌라시상에서 등장한 이들 건설사들은 검경에 수사의뢰를 한편, 자체적으로도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끝내 찾을 수는 없었고, 해당 건설사들은 신인도 하락과 수주 감소, 주가 하락 등 유무형적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만 했다.루머가 난무하는 M&A시장에서는 일희일비가 더 잘 나타난다. 회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고의로 거짓정보를 흘리는 가하면, 작전세력이 흘린 거짓정보에 의해 먹잇감이 된 기업의 주가는 하락, 결국 저가에 팔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를 적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하루에만 수백수천건의 루머가 오가는 증권시장에서 진위를 가리기란 실로 어렵기만 하다.
집안단속이 최선의 방어책
따라서 이러한 루머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기업들의 자체 노력이 최선의 방어책이란 게 재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실 찌라시에 등장하는 기업이나 오너 일가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는 그 시초가 내부의 적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집안 단속과 함께 수시로 증권가 정보를 확인, 루머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 H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주가는 초각을 다툴 정도로 민감하다보니 해당 기업에 대한 특정 정보는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관장하는 3주체인 기업과 증권사, 그리고 투자자들의 집합소인 이 곳 여의도가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정보지의 진원지로 불리게 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이어 “때문에 찌라시에 등장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일 수는 없지만, M&A나 기업 오너 일가등에 관한 신변잡기적인 루머는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해당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찌보면 찌라시라는 것은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자에게는 덕이 될 것이고, 반대로 해를 입히는 양면성을 지닌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