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주가 경보음', 김신배 사장의 딜레마
시민단체, 대규모 소송…SKT.최태원 밀월 비난
2006-12-26 권민경 기자
지난 2004년 SKT 사장으로 취임하며 외적으로는 성장세를 지속해 왔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심상치 않은 기미가 감지된다.
2006년 상용화되는 지상파 DMB로 인해 자회사 TU미디어를 통해 위성DMB사업으로 재미를 보려던 SKT의 계획은 난관에 부딪혔다.
여기에 단말기 보조금이 다시 허용되면서 마케팅 비용 또한 부담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참여연대는 최근 "SKT가 최태원 SK 회장의 그룹 지배를 부당 지원하고 있다" 고 비난했고, 녹색소비자 연대는 SKT 무선인터넷 망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갖가지 부정적 요소들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고,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했던 포스코가 1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SKT 주식을 매각했다.
이 같은 SKT의 추락은 이동통신시장의 출혈경쟁과 고객서비스는 뒷전인 채 불공정거래 등을 일삼으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을 자초한 결과라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최근 포스코는 과거 신세기통신 매각 때 받았던 SKT 주식 중 일부를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매각해 관심을 끌었다.
12월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날 SKT 주식 110만 7천주를 기관투자자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당매매가격이 17만8천800원으로 20일 종가 18만6천원보다 낮은데다 장부가인 28만원에 턱없이 못 미쳤기 때문에 1천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왜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까지 지분을 매각했을까.
이에 대해 포스코 측에서는 "그동안 배당을 통해 일정정도 이익을 얻어왔지만 한계가 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주주들이 이익도 나지 않는 SKT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크게 반발,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SKT의 주식은 연이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SKT가 내년도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SKT는 현재 지상파 DMB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2일 우리투자증권은 SKT에 대해 지상파DMB의 활성화로 인한 부담과 단말기 보조금 허용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 분석했다.
무료서비스인 지상파 DMB의 본격화는 유료서비스인 위성DMB의 성장을 위협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위성 DMB 서비스 업체인 TU 미디어의 최대 주주인 SKT 역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SKT는 자회사인 TU미디어로 인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35억원의 지분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지상파 DMB가 활성화되면 손실은 더욱 늘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SKT는 최근 정통부가 내놓은 2년 이상 가입자 단말기 보조금 지급 안이 시행되면 이통3사 중 가장 큰 마케팅 비용부담을 안게 된다.
지난 10월 말 현재 SK텔레콤의 2년 이상 가입자는 1천236만5천명으로 전체고객의 63.7%, 이통3사 2년 이상 가입자 점유율 62.1%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SKT가 내년 떠안게 될 마케팅 비용이 2천5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SKT의 추운 겨울나기'라는 말이 나돌기도 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SKT 최 회장 부당지원 비난',
SKT 가 처한 난관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올 한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로부터 끊임없는 비난을 받으며 기업의 이미지는 갈수록 나빠졌고 주가 하락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
지난 12월 8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SKT 이사회가 SKC&C와 아웃소싱 거래를 재 계약한 것과 관련, "거래 금액을 축소하거나 IT 자산을 회수하는 것만으로는 우량 계열사가 SKC&C라는 비상장 기업을 통해 총수를 간접 지원한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고 비난했다.
SKT는 지금까지 전산과 시스템 개발 등의 업무를 100% SK C&C에 아웃소싱 형태로 맡겨 왔고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2천800억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SK C&C의 주주 구성은 (주)SK 최태원 회장 44.5% SKT 30.0% SK네트웍스 15.5% 등이고, SK C&C는 또 SK㈜의 최대주주(지분 11.17%)로 최 회장이 SK그룹을 지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때문에 SKT가 SK C&C를 통해 최 회장을 부당 지원한다는 비난 여론이 있어왔다.
SKT는 그러한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SKC&C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리스자산 245억원을 포함한 일부 IT자산을 487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또 SKC&C에 대한 전산 아웃소싱을 유지보수 계약으로 변경하고, 계약규모도 일부 축소해 재계약 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최 회장 개인 소유 기업인 SKC&C가 SKT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고 SKT 주주에게 귀속되어야 할 이익이 최 회장에게 돌아가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녹소연 'SKT 불공정 행위 대규모 소송'
이 뿐만 아니다.
지난 12일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와 휴대전화 사용자 모임인 스사모 등은 SKT가 차별적인 요금을 징수하고, 다른 통신사업자에게 무선인터넷 망을 제대로 개방하지 않는다며 이와 관련한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녹소연 등은 "이동통신 3사 중 유독 SKT만이 자사 사이트인 '네이트' 이용자와 경쟁 포털 사용자에게 각각 다른 데이터통화료를 받아 부당이득을 챙겼다" 고 지적했다.
녹소연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SKT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항의를 해 왔지만 SKT는 언제나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며 "이제는 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공정한 경쟁질서를 어지럽히는 SKT의 비윤리적 행위를 뿌리뽑고 소비자 권리를 되찾겠다" 고 강하게 주장했다.
녹소연은 현재 법리적 검토를 끝내고, 늦어도 내년 초에는 SKT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 각각 제소할 방침이다.
더욱이 녹소연 관계자에 따르면 "소송은 일차적으로는 SKT의 무선인터넷 요금 과다 징수에 관한 것이고, 향후 무선인터넷과 관련한 다른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문제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동통신업계의 거대 공룡 SKT.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진화의 최고 정점에서 멸망하고 만 공룡, 그것이 시사하는 바를 SKT는 알아야 할 것이다.
kyoung@sisaseoul.com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