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4년여만에 최저...디플레 우려
국제유가 하락 영향...전문가들 “정부 차원 대비 필요”
2016-02-1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국내 생산자물가가 4년 2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생산자물가가 대체로 소비자물가에 선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물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플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한국은행은 지난 1월 생산자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가 101.86으로 한 달 전보다 1.2% 내렸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3.6% 하락한 수치로 2010년 11월(101.78) 이후 4년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생산자물가가 6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는 국제유가 하락이 꼽힌다.두바이유는 11월에 전월보다 11.2% 떨어진 데 이어 12월에는 21.9%, 1월에는 24.0% 각각 하락했다.윤창준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품목군별로도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 위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세부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는 전월보다 22.3% 떨어졌고 경유(-18.4%), 나프타(-20.2%) 등의 내림폭도 컸다. 농림수산품은 1.3% 하락했다.서비스 물가는 0.3% 상승했고 휴양콘도(17.3%), 중식(0.3%) 등도 올랐다.국내 출하 및 수입을 통해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공단계별 물가를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2.4% 떨어졌다. 유가 하락의 영향이 큰 원재료는 10.8%나 내렸고 중간재는 2.3%, 최종재는 0.8% 각각 하락했다.수출품까지 포함해 국내 생산품의 전반적인 가격 추세를 보여주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9% 하락했다.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가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정부는 가격 하락 품목이 석유류와 농산물뿐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이다.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없다고 하지만 유가가 지금 상황으로 가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지속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장과 민간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며 “정부가 좀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