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이게 정말 졸업장이오”

만학의 꿈 이룬 13명의 어르신

2016-02-20     강철희 기자

[매일일보 강철희 기자]“전쟁 때문에, 가난 때문에, 딸로 태어나서 … 각자 다른 이유로 못 배운 사람들이 모여 이번에 한을 풀었지”, “이게 정말 빛나는 졸업장이오, 내 인생도 이제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소”

졸업식이 한창인 2월, 50여 년이나 늦게 졸업장을 딴 평균나이 62세의 어르신들의 말이다. 만학의 꿈을 이뤘지만 아직도 행복한 삶을 위한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악구가 16일 관악구평생학습관에서 특별한 졸업식을 가졌다.‘관악구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한 ‘관악세종글방’에 참여한 13명의 어르신들은 ‘초등학력 졸업장’을 받게 됐다. 그리고 초등학교 학년별 1~3단계, 어르신 중학교예비과정을 이수한 68명은 수료증을 받았다.

초등학력 졸업자 중 김막례 씨(69세)는 졸업생 대표로 나와 배움의 과정과 졸업의 의미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씨는 “자녀들이 ‘엄마는 여태 뭐했어. 이것도 모르고’라고 말할 땐 서운한 마음도 들고 배우지 못한 한에 눈물 흘린 날도 많았다”며 “관악세종글방 덕분에 한글을 배우며 내 인생이 달라졌고 행복해졌다. 특히 내게 용기를 준 남편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식복지’를 구정운영의 중심에 둔 관악구는 가정 형편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배움의 시기를 놓친 성인을 위한 문해교육을 펼치고 있다.

한글이나 셈을 배우지 못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위한 한글교실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돼 초등학력 취득 강좌인 ‘관악세종글방’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까지 45명의 어르신이 초등학력 졸업장을 취득했다.

또한, 2013년부터는 중학교 예비과정도 운영해 초등학력 이수자 및 중학교 문해교육 학력인정과정 진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글심화, 중학교 사회, 영어 등을 배울 수 있는 강좌를 개설했다.

지난해부터는 민·관이 손을 잡고 평생학습관에 직접 찾아오기 힘든 어르신을 위해 경로당으로 직접 찾아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문해교육 배달사업’을 확대·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종필 구청장은 “글자를 읽으니 내 세상이 열렸다는 어르신의 글을 보고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어르신들의 즐거운 삶을 위한 늦깎이 배움을 적극 응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