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지난해 35조 늘어
‘갈아타기’로 통계 부풀려...중기 자금난은 여전
2016-02-23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지난해 은행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35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그러나 은행들이 ‘갈아타기’ 등의 수법으로 통계를 부풀려 나온 수치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21조2841억원(잔액 기준)으로 1년 전보다 7.3%(35조3522억원) 늘었다.이 증가율은 2008년의 13.9%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간 10%대를 기록하던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4.7%로 낮아졌다가 2010년에는 마이너스(-0.6%)로 돌아섰다. 2011년엔 3.1%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2년 1.3%, 2013년 6.0% 등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에는 정부의 기술금융 활성화 정책 압박에 은행들이 일반대출로 취급해도 될 기존 거래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돌리는 등 실적을 부풀린 영향이 크다.실제 기술에 기반한 신용대출을 잘 해주는 은행에 각종 정책금융상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자 기술신용평가를 토대로 한 대출은 작년 말까지 8조9000억원 규모로 늘었다.그러나 달성한 기술금융 실적 가운데 신규 거래기업에 대한 대출은 35%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5%는 은행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기업에 대한 대출이었다.곳간에 현금을 쌓아놓은 대기업들은 은행 문을 두드리지 않은 것도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요인이 됐다.한은이 집계한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는 지난해 1분기 6에서 2∼3분기 9, 4분기 13으로 점차 증가했다. 숫자가 클수록 은행들의 대출 대도가 완화적이라는 뜻이다.반면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는 지난해 1분기 -9, 2∼3분기 -3, 4분기 -9 등 계속 마이너스였다.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 등 비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도 2013년 말 59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4조1000억원으로 7.9% 늘었다.이 와중 통계상 대출은 늘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808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 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업체의 27.4%가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힘들다고 답했다.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 어려운 점(복수응답)으로 부동산 담보 요구(37.2%)와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 관행(35.0%)을 주로 꼽았다. 높은 금리(23.5%), 신규대출 기피(21.7%) 등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