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제2의 중동 붐’ 날개단다
朴대통령, 중동 4개국 순방…세일즈 외교 통한 신성장동력 모색
건설 위주에서 ICT·의료·금융·식품·가전 등 진출 산업 다각화
2015-02-24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최수진·안정주·박동준 기자] 중동 시장이 다시금 한국 기업들의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그간 한국 기업들의 최대 기회의 땅은 중국 시장이었으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주춤 한데다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등으로 인해 경쟁의 장이 된 것.반면 중동 시장은 두바이를 중심으로 다시금 활력을 찾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각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가 중동을 방문 한다.박 대통령은 다음달 1~9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순방한다.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중동의 각 국가를 방문해 한국의 기술력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수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함이다.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 CEO들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등이 경제사절단 참가 신청서를 냈다.건설사 CEO들이 대거 중동을 방문하려는 것은 중동에서의 수주를 확대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건설사들이 중동에 진출하며 중동 수출 길을 열었지만, 외환위기, 저가수주, 유럽기업과의 수주경쟁 격화 등 각종 악재들이 겹치며 중동에서 철수하기도 했다.그러나 두바이가 중동 최초로 ‘2020 세계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건설을 비롯해 ICT, 기계류, 고부가가치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구미를 자극했다.실제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총 313억500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전년 대비 20% 가량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건설 분야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ICT 및 의료분야 등에서도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SK텔레콤은 아일랜드의 차세대 교육용 플랫폼 사업자인 피쉬트리와 손잡고 중동 지역에 스마트러닝 사업에 뛰어든데 이어 분당서울대병원과는 ‘한국 병원정보시스템’ 수출에도 나섰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5년 내 3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정도로 긍정적인 시장평가가 이어지고 있다.KT는 4세대 이동통신기술을 LG유플러스는 차량용 미러링 서비스 ‘카링크’, 인터넷 전용회선 사업에 뛰어들었다.한국 가전·화장품·식품 등의 소비재 관련 업계도 중동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초고화질(UHD) TV를 비롯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가전을 수출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에 특화된 디자인·기능을 연구개발해 탑재하고 있다.미샤·참존·르페르 등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이 두바이, 터키 등 중동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새로운 시장진출에 한창이다.미샤는 최근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에 1호 매장을 오픈했고 참존 화장품도 지난해 11월 요르단 기업과 수출 및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시장 진출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CJ오쇼핑은 자체 개발(PB) 화장품 브랜드 ‘르페르’를 두바이 홈쇼핑 채널인 시트러스TV를 통해 중동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화장품과 더불어 국내 생수업체들도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하이트진로음료와 롯데칠성음료 등은 자사의 대표 생수 브랜드인 석수와 아이시스를 앞세워 중동과 인도 등 물 부족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생수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도 수출국 확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뿐만 아니다. 국내 금융 업체들도 중동 시장에 연착륙 중이다.현재 중동지역에 가장 활발하게 진출한 금융사는 하나금융그룹. 특히 계열사 외환은행은 UAE 아부다비지점을 열어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중동 지역에 지점 형태로 진출해 영업 중이다. 이외에도 외환은행 바레인지점, 아부다비지점, 두바이사무소 등 3개의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다.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두바이 지점을 개소하고 중동 지역 영업망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두바이 지점을 거점으로 터키, 이란, 이라크 등 중동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산업은행도 UAE 아부다비에 사무소를 개소해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PF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중동 지역을 주요 진출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동 진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테러 위험 등 중동 지역의 불안한 정세와 이슬람 문화권의 특수성 등 현지 사정을 철저히 연구하고 중동 각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업계 한 관계자는 “문화적 차이, 중국·유럽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중동에 무턱대고 진출해 실패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중동 시장은 아프리카로 진출할 수도 있는데다가 이슬람 문화권으로 영역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들이 중동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