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또 황제경영, 회사 근간 흔들?
참여연대 "정관에 SKMS 반영,,,재계 '최 회장,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
2006-12-26 권민경 기자
SKMS는 최종현 전 회장의 뜻을 반영해 지난 1979년 제정됐으며, 기업경영 이념과 구체적 방식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최 회장의 뜻에 따라 최근 SK그룹이 추진하는 정관 개정은 각 계열사가 SKMS를 기업경영의 근간으로 삼아 SK 브랜드와 문화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현재 일부 계열사 이사회에서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그룹 경영원리인 SKMS가 정관에 반영될 경우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무력화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계열사 독립경영과도 배치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참여연대 측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관 변경에 따른 문구와 내용이 추상적이고 총수 개인의 주관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관이라는 것은 회사의 헌법이나 다름없는데 SKMS 내용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담은 것이 아닌 사규 또는 내규 정도의 수준밖에 안되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참여연대가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그룹 차원에서 제.개정되는 SKMS(SK Management Skill)가 각 계열사의 정관에 반영되고 이에 대한 준수 의무가 부과될 경우, SKMS의 개정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결의 없이 정관을 변경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것은 시행령이 입법기관이 제정한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들 위험까지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는 SKMS가 개별 기업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주주총회보다 ‘상위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계열사의 독립경영 원칙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태원 회장이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을 위해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 강화를 추진해왔지만 SKMS를 모든 계열사의 정관에 반영하는 것은 총수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최 회장은 그동안 개별회사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왔는데, 이번 일로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SKMS를 각 계열사의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권리보호 절차를 규정한 정관에 담으려는 것은 잘못된 무리수”라고 지적하면서, SKMS의 제정 주체 및 절차 SKMS의 정관 반영 계획의 경과 및 내용 SKMS의 정관반영으로 인한 이해충돌 해소 방안 등에 대해 (주)SK 와 SK텔레콤 등에 질의서를 보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SKMS의 반영을 위한 정관개정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거나 또는 SKMS에 대한 준수 의무를 수용하는 의결결정을 할 경우 이를 반대하기 위한 주주제안 및 의결권 위임경쟁 등의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 '말로는 독립경영, 속내는 따로'
사실 이런 징후는 이미 올해 초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SK 51주년 기념사에서 최 회장은 "모든 관계사가 실질적인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를 달성해야 한다" 고 밝혔다.
신입교육과 CEO세미나에서도 줄기차게 계열사의 자율·독립 경영을 강조했다.
그러나 2005년 한해 동안 이루어졌던 조직개편과 인사 내용에 있어서는 '독립'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계열사간 연대 움직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지난 3월 SK(주)는 이사회를 열어 부사장 1명, 전무 5명, 상무 13명 등 총 19명에 대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하고, SK텔레콤을 비롯한 SK계열사로 임원을 전보시키며 새로운 체제정비에 들어갔다.
이는 고 최종현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부터 각 계열사간 독립경영을 강조하며 그동안 SK가 계열사간 인사 교류를 활발히 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룹 측에서는 그동안 계열사간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 문화가 단절되는 정도를 넘어 자사 이기주의에 빠지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계열사간 인사를 통해 최 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높이려는 계획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최 회장은 또 올 초 인사 단행뿐 아니라 `따로따로 또 같이`라는 기업 문화 공유를 유난히 강조하며 각 계열사 홍보라인 간 정보교류를 활발히 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그동안 계열사별로 이뤄졌던 SK 브랜드 전략도 앞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됐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이 같은 홍보문화 통합 작업이 계열사간 순혈주의를 타파해 그룹 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최 회장의 움직임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에 대해 SK 측에서는 한결같이 "최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기업문화 공유를 강조하며 그룹 차원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고, '우리는 SK'란 인식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SKMS 정관 개정, 계열사간 인사이동, 홍보라인 정보교류 등 최 회장이 벌이는 일련의 작업들에 대한 업계의 지배적 시각은 '계열사 독립 경영' 은 허울좋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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