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올들어 폭증세…위험수위 넘었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OECD 평균보다 ↑
2016-03-0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새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기세다.초저금리 기조로 대출금리가 하락한 데다 매매가격마저 능가할 기세로 상승하는 전세가격 탓에 주택 매매 수요가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20조4000억원 늘었고 증가분의 대부분(88.7%)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한 분기 만에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4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문제는 이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2월 들어 3조4481억원 증가했다.이는 4230억원에 그쳤던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8.2배에 달하는 수치로, 1∼2월 증가액으로 따지면 사상 최대 수준이다.통상 1∼2월에는 이사 수요가 적기 때문에 주택대출이 적은 편이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대출 수요가 강했다는 뜻이다.한은도 업무현황 자료에서 “올해 1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보다 축소됐으나 (1월이)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증가세 유지를 인정했다.올해 들어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지난해 발생한 가계부채 증가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지난해 하반기 나타난 가계부채 급증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이 컸다.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 규제가 완화 효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추가로 대출을 늘릴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올해 들어 나타나는 가계부채는 앞서 이씨 사례와 같이 전세난에 지친 임차인들이 주택 구매로 돌아서면서 나타난 영향이 크다.1월 중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932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늘면서 국토교통부가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지난해 말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3법’이 통과되면서 집값이 더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주택구매 수요를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좀 더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전세가 점점 월세나 자가보유로 대체되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가운데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 수위에 육박했다고 경고하고 있다.가계의 부채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13년 기준 한국이 160.7%로 미국(115.1%)이나 OECD 평균(135.7%)을 능가한다.염명배 충남대 교수도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으면 위험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현재 규모가 이미 60%를 넘어 GDP에 육박하고 있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데, 금리가 어떻게 변동하는지에 따라 가계부채는 핵폭탄급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매년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로 경신되고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