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감금’ 野의원들 “지록위마 사건”
첫 공판 참석, 혐의 전면부인…권은희 의원 등 증인 채택
2016-03-02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좌익효수' 등의 필명으로 인터넷 댓글활동을 벌이던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하영씨를 감금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공동감금)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 대한 첫 공판이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강 의원 등은 2012년 12월 11일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에 야당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린다는 첩보를 접하고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 있는 국정원 직원 김씨의 집 앞에 집결해 김씨를 35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당시 세간에서는 이 사건을 감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셀프감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지만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강기정(51)·이종걸(58)·문병호(56)·김현(50) 의원 등에게 제기된 감금혐의를 놓고 1년 6개월 동안이나 수사를 벌였다.검찰은 결국 지난해 6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해당 의원들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정식재판을 요구해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지금까지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의원들은 이날 재판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들은 “국정원 직원을 감금한 게 아니라 국정원의 불법 선거운동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종걸 의원은 “이 사건은 거짓과 진실이 바뀐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전형적 사례”라며 “기소독점권을 활용해 몇몇 국회의원을 기소하고 본질을 덮은 검찰을 ‘정치검찰’이라 부르고 싶다”고 비판했다.문병호 의원도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국정원 직원)는 기소하지 않고 범죄행위를 밝히고 정의를 세우려는 사람을 기소한 것”이라며 “적반하장 기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현 의원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국정원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한 사건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재판장께서 이번 사건을 국민의 시각에서 상식에 입각해서 봐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이들의 변호인은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대선개입 혐의에 대해 서울고법이 유죄로 선고한 판결문을 상당부분 인용하면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이 ‘숲’이라면 국정원 직원 김씨의 거주지 앞에서 벌어진 대치상황은 ‘나무’”라고 지적했다.변호인은 이어 “거짓의 나무가 아니라 진실의 숲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설사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금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당시 김씨의 노트북에서 나온 파일 증거로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실이 밝혀졌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덧붙였다.재판부는 이날 피해자인 김씨와 그의 부모·오빠 등 가족, 선관위·국정원 직원, 현장에 출동한 경찰 등을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했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는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컴퓨터 전문가인 한양대 부교수 김모씨 등이 채택됐다.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