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가계부채 총량을 줄여라
부동산 활성화 대신 가계 빚 구조조정 나서야
2016-03-0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대한민국의 현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가계부채’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089조원을 넘겨 국민 1인 당 215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지난해 최경환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쏟아낸 결과물이다.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목표한 것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 부동산 매매 활성화를 통한 자산 증식이 이뤄져 소비가 진작될 것으로 생각했다.이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되고 대출 규제가 완화됐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한 선순환적인 측면은 사라지고 가계부채 급증이란 부작용만 부각됐다.지난달 말 기준 국내 7대 시중은행에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모두 319조9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두 달 새 3조4481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4236억원에 비하면 무려 8.2배나 많은 수치다.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 가계대출의 95%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가계대출도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이마저도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이 안되는 것이다. 가계빚이 가계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이 커지고,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보다는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인 1, 2월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대출 용도의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니라 사업자금과 생활자금 목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여기에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한국으로서는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이는 가계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어 장차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문제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이 위험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은 수치로도 알 수 있다.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계흑자율’이 지난 2010년 22.7%에서 지난해 27.1%로 4년간 4.4%포인트나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흑자율이 높아졌으면 저축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것은 또 반대다.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저축률은 2007년 이후 3~4%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1990년대에 평균 19%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을뿐더러 세계 최하위 그룹에 해당한다.통계청은 가계 소득에서 세금ㆍ사회보험료ㆍ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뺀 나머지를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여기서 다시 소비지출을 뺀 나머지를 '가계흑자'라고 정의한다.가계흑자율은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흑자의 비율이다. 그러니 비소비지출 부담이 커져서 저축을 늘리지 못해 흑자가 확대된 것도 아니다. 가계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2009년 이후 18%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많이 올랐지만 저금리 추세로 이자비용 부담은 별로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가계의 부채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3년 기준 한국은 160.7%로 미국(115.1%)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7%)을 크게 상회한다.정부는 지금이라도 가계부채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단순하게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부채 총량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부실화가 연쇄 폭탄이 돼서 우리 앞에 닥치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