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포도 공세에 국내산 소비량 ‘반토막’

2016-03-04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수입포도 공세에 국산 포도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올해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혜택을 본 호주산 포도가 본격 수입되는 등 외국산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이미 생산량과 소비량이 반토막 난 국산 포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4일 유통업계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이후 칠레산 포도 수입량은 매년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는 총 5만9000t을 기록했다. 이는 2004년 수입량(8300t)의 7배를 넘는 것이다. 칠레산은 국내 수입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전체 수입량의 12%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산 포도는 주로 10~12월까지 들어오고 있으며, 2011년 FTA가 발효된 페루산 포도도 1~3월까지 국내에 반입되면서 최근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이처럼 포도 수입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산 포도 생산과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2000년 2만9000㏊에 달했던 국산 포도 재배면적은 작년 1만6000㏊로 감소했고 생산량은 2000년 47만6000t에서 2013년 26만t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1인당 연간 소비량도 10.3㎏에서 6.3㎏으로 크게 줄었다.이처럼 국산 포도 생산이 감소했음에도 2010∼2014년 국산 포도의 6, 7월 실질가격은 하락했다. 이는 이 시기 국내산보다 저렴한 수입포도 출하가 늘고 체리·바나나·망고 등 소비 대체 과일의 수입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롯데마트의 국산 포도와 수입포도 매출 구성비를 보면 2010년에는 국산이 62.7%로 수입포도(37.3%)를 앞섰지만 2011년 50.1%, 2012년 49.8%, 2013년 45.6%, 2014년 44.7% 등으로 해마다 비중이 줄고 있다.국산을 위협하고 있는 수입 포도의 공세는 올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작년부터 무관세 혜택을 받기 시작한 칠레산 포도의 작황이 작년보다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페루산 계절 관세율이 9%에서 무관세(1∼4월, 11∼12월)로 전환되고, 미국산 포도 계절 관세율(1∼4월, 10∼12월)도 작년 12%에서 올해 6%로 낮아지기 때문이다.대형마트들은 관세 인하 혜택을 활용해 올해 수입포도 도입량을 작년보다 50∼200% 늘리면서 가격도 낮추고 있다.이마트는 지난달 24일부터 칠레산 청포도를 작년보다 10% 저렴한 100g당 6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칠레 산지와 직접 계약을 해 4월 말까지 5000t의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롯데마트는 칠레(1∼7월), 미국(8∼12월), 페루(12∼2월)로부터 수입한 포도를 연중 판매하고 있다. 올해에는 호주산 포도를 추가로 들여와 수입포도 물량을 작년보다 50%가량 늘릴 계획이다.홈플러스는 올해 칠레산 포도 도입 물량을 작년보다 200% 늘리기로 했으며 지난해 수입을 시작했지만 판매가 많지 않았던 호주산도 4월 이후 물량을 본격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