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제표 대리작성 신고센터 ‘무용지물’
신고건수 ‘0’건…눈치보기 여전
2016-03-0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외부 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 대리 작성 관행을 막기 위해 설립된 신고센터에 신고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내부 고발이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업 눈치를 봐야 하는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이 신고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4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회계사회는 지난해 11월 재무제표 대리작성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운영했지만 전날까지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기업들의 결산과 감사인 감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대리작성 신고가 있을 법도 했지만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회계사회는 외부 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신해 작성하지 못하도록 한 외감법 개정안 시행령이 지난해 6월부터 적용됨에 따라 개정안의 조기 정착을 위해 신고센터와 상담실을 운영했다.외부 감사인이 재무제표까지 만들어주다 보면 본연의 업무인 감사에 들여야 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부실 감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기업들이 외부 감사인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에 비용을 내고 재무제표 작성이나 회계처리 자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신고 건수 전무’가 재무제표 대리작성 또는 자문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신고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신고센터 개설 직후부터 있었다.현실적으로 재무제표의 대리작성을 적발하려면 회사나 회계사의 내부고발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갑을 관계에 놓인 기업과 회계법인의 먹이사슬 속에서 회계사들이 선뜻 나서 대리작성을 신고하기는 어렵다.청년공인회계사회는 신고센터 개설과 관련한 논평을 통해 “대리 작성을 신고하면 감사인은 거래처를 잃는다”며 “4∼5명으로 구성된 감사팀의 특성상 누가 신고를 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는 데다가 신고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다시 회계감사업무에 발을 붙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신고 자체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대리작성 신고자가 원하는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권한을 주거나 일정기간 승진이나 성과평가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등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감독당국도 대리작성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법인에 감사인을 지정해 독립적인 감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관행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