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디플레 대비 적극적 통화정책 필요”

2016-03-05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의견이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당국 간 경제정책 방향에 한목소리를 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한국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고,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디플레이션이 상당히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성 교수는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주식시장이 강세인 이유 원화 강세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금융수익률 때문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이 많은 상황인 만큼 실물경기 하락 위험성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디플레이션 등 일련의 이슈에 대해서는 행정부보다는 통화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전향적인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 실장은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로 들어왔다고 진단했다.정 실장은 “다른 나라가 한 것처럼 양적완화(QE) 등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제로(0%) 가까이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 하락이 지속한다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금리 인하는 큰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정 실장은 “금리는 낮은 수준이니 남는 방법은 양적 완화 말고는 없는데다가 구조개혁은 시간이 걸리고, 장기적으로 해나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과 공공 등 4대 부문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장기 불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한은은 잠재 성장동력이 주어진 여건에서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단기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금리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는 것이다.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물가상승률로만 봤을 때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그는 “저물가 현상은 최근 유가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한국 수입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에 의한 공급적 요인이 더 크다”며 “대외거래 부문에서 오는 디플레이션 압력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는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변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다만, 현재 국내 경기가 추세적으로 디플레이션에 가까워지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내다봤다.이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한국은행이 금융 통화정책으로 먼저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통화정책으로는 기준금리 말고도 지급준비율, 총액한도대출, 재할인율 조정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쓰고, 조정 수준과 기간을 어떻게 할지는 통화 당국인 한은이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특히 앞으로 다가올 공급 측면의 디플레이션 쇼크까지 고려하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경제정책 방향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