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가계 빚 떠넘기는 정부”

가계부채 해결, 임금 인상만이 만능키...재계 정면 반발

2016-03-05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사상최대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가 근원적인 정책 처방 대신 오롯이 민간 기업에 기대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다.이에 대해 재계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반발해 양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5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전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현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최 부총리가 이 같이 발언한 것은 현재 내수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0.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상승률이다.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역시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다소 빠르고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 부담 문제가 있으므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계 소득 개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한 부채 축소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가계부채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가계소득 제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내수활성화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임금 인상이 필수라는 이야기다.기재부는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공공기관 임금 3.8% 인상,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 소득 증대 정책이 기업의 임금 인상으로 연결돼 내수가 부양되기를 바라고 있다.기재부는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공무원 봉급 인상 등의 정책이 올해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동결 방침을 밝히는 등 기업들은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 좋지 않아 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실제로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인상률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를 기업들에게 권고했다.경총은 올해 임금을 국민경제생산성을 고려해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1.6%에는 통상임금 확대·60세 정년의무화 등 노동시장 제도변화로 인한 임금상승분이 포함돼, 최종 임금조정률은 이를 고려해 결정하라고 주문했다.사실상 전일 최 부총리의 임금 인상 주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경총은 “제도변화에 따른 임금인상분이 1.6%를 초과하는 기업은 임금을 동결할 것을 권고한다”며 “과도한 임금 상승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근로자 삶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경총은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은 물론 성과가 좋은 기업도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회원사들에 요청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임금 수준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정부의 정책수단은 아니다”며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정부에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관계자는 “임금을 올려 소득이 는다고 하더라도 가구의 지출구조상 주거비, 교육비, 통신비 등의 비중이 높아 쓸돈이 없다”며 “내수진작에 의한 경제활성화를 이룬다는 정부의 방침은 전형적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