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기금' 챙기고 배 불리는 '국민은행'

5년간 위탁수수료 1조원 잇속, 부도임대아파트 양산

2006-12-30     권민경 기자

<평균 2천억 챙겨, 소년소녀가장 전세금 지원 9건 그쳐>
<전문가'무늬만 토종은행, 공공기금 운영 문제 있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 및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1973년 도입된'국민주택기금'.

그러나 이 기금이 정작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고 위탁을 맡고 있는 은행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국민주택기금 위탁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곳은'국민은행'이다.

그런데 국민은행이 이 업무를 위탁하는 댓가로 챙긴 수수료가 지난 5년간 자그마치 1조원에 육박한다.

반면 국민주택기금 부실대출은 갈수록 늘어나 부도임대 아파트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서민을 위한다는 기금이 서민의 보증금만 날리고, 은행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수료를 빠짐없이 챙겨 가는 꼴이어서 은행을 위한 기금으로 전락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또 지난한해 동안 국민신탁으로 엄청난 이익을 냈으면서도 사회공헌에는 쥐꼬리만큼의 비용을 지출해 국내 최대 은행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최근 <시대소리>가 입수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위탁수수료로 지출된 비용은 모두 9천53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그 세부내역을 보면 2000년 1천596억원, 2001년 1천884억원, 2002년 2천32억원, 2003년 1천991억원, 2004년 2천27억원이 지출됐다.

한 해 평균 2천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간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의 관리는 건설교통부에서 담당하고 있고, 국민은행에 독점위탁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은행은 이를 다시 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에 일부만 재 위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총 3개 금융기관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관리주체인 건설교통부 장관은 매년도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법령의 제정, 개정 및 주택종합계획의 수립을 담당하며 위탁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

독점위탁을 받은 국민은행은 운용 및 관리업무를 총괄하며, 재 위탁기관의 지도, 감독을 수행하고,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기금대출 심사 및 운용과 대출금 관리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재 위탁기관인 우리은행과 농협은 청약저축, 기금대출심사 및 운영과 대출금 관리업무를 담당한다.

국민은행이 국민주택기금의 운용 및 관리를 독점 위탁받은 것은 지난 2000년 주택은행을 흡수함에 따라 주택은행이 담당하고 있던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 등등 주요업무를 인수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은행이 공공기금인 국민주택기금을 관리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은행은 외국자본비율이 86%에 달하는 등 사실상 외국은행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공공기금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민간은행이 공공기금을 독점 관리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 며 "삼성그룹에 외국인 자본이 많다고 해도 삼성을 외국기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듯이 국민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따지고 보면 순수 국내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그는 한술 더 떠 "국민주택기금 자산규모가 50조원에 달하는데 그 정도 수수료는 오히려 낮은 편이다. 그래서 은행들 불만이 많다" 고 덧붙였다.

전문성 외치더니 부실대출 양산

그러나 이런 원칙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라도 살 곳이 없어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은 국민은행이 5년 간 1조원에 달하는 수수료까지 챙겨 톡톡히 배를 불리고 있는 사실에 분노와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독점권을 바탕으로 '국민'을 위한 은행이 아닌 '국민' 위의 은행으로 군림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게 시민단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위탁수수료는 빠지지 않고 챙기는 반면 2004년 한 해 동안 소년소녀가장 전세금 지원실적은 고작 9건에 불과해 하는 일 없이 국민주택기금만 폭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국민주택기금의 부실관리에 대해 해당부처인 건교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건교부에서는 왜 국민주택기금을 국민은행에 독점위탁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국민은행이 아니고서도 이를 운용할 만한 곳은 많다.

특히 주택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를 정부에서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 관리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며 "전문성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이 축적했던 노하우를 그대로 인수했기 때문에 기금을 운용하기에 적합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주택기금 관리가 무슨 대단한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백 배 양보해서 국민은행만이 가진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런 전문성을 갖추었는데 부도임대아파트가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그동안 국민주택기금은 서민의 주거안정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부도임대아파트를 양산해 많은 서민들의 보증금만 날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3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김태환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금대출 건설사 가운데 60%가 3년 이내 부도를 냈다는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최근 10년간 미회수액이 1조7천억원에 달해 국민주택기금이 부실 건설회사의 먹잇감 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심지어 한 건설사는 국민주택기금 16억원을 대출받은 뒤 불과 27일만에 부도를 내 부도지연 목적으로 국민주택기금을 대출 받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한편 임대주택건설업체 부도로 전체 32만4천239가구의 임대주택 중 22.4%인 7만여 가구가 약 3천 억 원의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부도임대주택을 방치하면 아파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파트 노후화,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은 물론 불법전대로 인해 범법자가 대거 양산되게 된다"면서 "임대주택건설업자에 대한 국민주택기금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국민주택기금의 부실대출로 인해 부도임대아파트가 양산됐고, 서민들은 전 재산과도 같은 보증금을 날려 버려 주거불안이 더욱 심각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은행은 무엇이 문제냐는 듯 한 반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은 국민은행에서 위탁하고 있지만 그와 관련한 질문은 해당 부처에 가서 하라" 는 말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한해 국민은행이 보인 태도 역시 다를 바 없었다.

국민은행은 국민신탁으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사회공헌 비용은 전체 순이익의 0.3%에 불과해 은행이 가진 사회적 책임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였다.

서민들 모르는 사이 거액의 위탁수수료로 배를 불리고,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시점에서도 '국민' 은 나 몰라라 하는 '국민은행' 은 그 이름이 무색할 따름이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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