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엔저’로 日서 발 빼…일본산은 국내 공세

2016-03-08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자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반면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브랜드들은 국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8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일본 쇼핑몰 라라포트 요코하마에 있는 남성복 브랜드 ‘스파오’ 매장을 지난 1일 철수하면서 일본 내 모든 매장 사업을 접었다.이랜드는 2013년 일본에 진출해 현지 백화점과 쇼핑몰에 여성복 브랜드 ‘미쏘’ 매장 2개와 남성복 브랜드 ‘스파오’ 매장 3개를 운영했지만 작년 스파오 매장 두 곳과 미쏘 매장 한 곳을 정리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남은 두 매장마저 문을 닫았다.이랜드 관계자는 “엔저 현상 때문에 일본에서 신규 매장을 열기 힘들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일본에서는 철수하기로 했다”며 “대신 중화권 사업에 집중해 올해 중국 전역에 의류 브랜드 매장을 30개 이상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승승장구하는 화장품 업계도 일본에서는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2006년 일본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고가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일본 백화점 4곳에서 운영해 온 매장의 문을 모두 닫으면서 일본 사업을 접었다.한때 매장이 8개에 달했던 아모레퍼시픽이 철수하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일본 매출은 2013년 476억원에서 작년 457억원으로 줄었고, 39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의 일본 법인 ‘미샤재팬’ 역시 작년 매출이 160억원 선으로 전년도보다 20%가량 줄었다.이처럼 일본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국내기업들이 속속 발을 빼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반면, 일본 상품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신세계백화점은 일본 백화점 ‘미츠코시 이세탄’의 신발 PB(자체상표) 브랜드인 ‘넘버 21’을 지난달 국내에 들여왔다.신세계 측은 “일본 신발은 원가가 높은데다 과거 높았던 환율로 수입 시 판매 부담이 커서 들여오기 어려웠지만, 엔저 영향으로 이번에 국내 브랜드보다 오히려 가격을 낮게 책정해 들여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신세계백화점은 미츠코시 이세탄 백화점의 PB 제품을 국내에 계속 소개하는 등 일본 백화점과의 교류를 통해 일본 상품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해외 직구(직접구매) 족들도 환율 덕택에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일본 쇼핑몰로 눈을 돌리고 있다.해외 배송대행 전문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지난 1, 2월 일본 직구 배송대행은 약 1만8000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늘었다.이에 따라 전체 배송대행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3.8%에서 4.6%로 높아졌다.몰테일 관계자는 “엔저 현상으로 아마존 재팬, 라쿠텐 등 일본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일본 직구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배송 기간이 짧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