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행장 이어 사외이사까지 ‘서금회’
CEO 감시할 자리에 같은 사조직 출신...‘정치금융’ 도 넘어
2016-03-10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우리은행에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 사외이사가 들어오면서 논란이 재 점화되고 있다.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기본 책무가 최고경영자(CEO)를 감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금융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등 4명을 선임했다.은행 측이 공개한 경력을 보면 모두 학계나 여성계 출신들로 보이지만 4명 중 무려 3명이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NH투자증권 상무, 유진자산운용 사장 등을 지낸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같은 서금회 출신이다.지난 2007년에 구성된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금융권 서강대 동문들이 결성한 모임이다.정 교수는 유진자산운용 사장 시절이었던 2011∼2012년 이 모임의 송년회와 신년회 행사에 참석해 축사와 건배사 제의를 하는 등 고참 멤버로 활동했다. 정 교수는 서금회 현 회장인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보다 2년 선배다.정 교수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했으며, 대선 때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이처럼 은행장과 사외이사가 같은 사조직 출신인 것이 드러나면서 심각한 이해 충돌의 우려가 제기된다.사외이사의 기본 책무는 CEO나 경영진을 감독하고 비리나 부조리, 경영상의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감시하는 자리인데, CEO와 같은 사조직 출신이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이해 충돌의 방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우리은행의 다른 사외이사들도 ‘정피아’의 적나라한 행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홍일화 고문은 1971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 등 당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정피아’ 인사다.지난해 6월 산업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오늘 6월 임기를 마치게 되나, 임기 종료 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로 재빨리 ‘갈아타기’하는 데 성공했다.2012년 대선 당시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한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도 ‘갈아타기’에 성공한 경우다.천혜숙 교수의 경우 정치권 출신은 아니지만, 남편이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우리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경력이 없는 정수경 변호사를 은행 전반의 부실과 비리를 감시할 상임감사로 선임해 정피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정 감사는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순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