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 국내은행, 현지은행 대비 강점있나

국내 기업·이민자 중심 영업은 여전...글로벌 은행에도 밀려

2016-03-10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동남아시아 진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은행만의 강점 부족 때문이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우리은행은 18개국 185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네트워크다. 우리은행 측은 2015년 내로 이를 200개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300여개까지 확대해 해외 수익비중을 현재 6% 수준에서 1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12월 말 인도네시아 당국으로부터 인도네시아 우리은행과 소다라은행의 합병 승인을 최종 획득하고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이 공식 출범하면서 본격화 되고 있다.필리핀 마닐라지점 설립을 추진 중인 신한은행 역시 올해 해외 수익의 비중을 전체 수익의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이미 그 비중을 8.3%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해 고배를 마신 미얀마 1호점 설립안의 경우 연내 재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각종 사회공헌과 자금 지원에 나서는 한편 미얀마 현지영업에 관한 계획서를 추가적으로 보안하고 있다.이미 해외수익 비중 10%를 넘긴 하나금융의 경우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을 비롯한 각 지역 지점 확충을 통해 이를 2025년까지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동경사태 이후 관리체계의 업무프로세스 적정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내부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매콩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계 해외영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4개(27개국) 보다 오히려 9개 감소한 109개에 그쳤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해외 네트워크 확충’이라는 다짐이 구호에 그친 셈이다.이미 진출한 해외 영업점들이 내세울만한 강점이 부족한 탓에 현지은행과 경쟁하는 대신 현지 교포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 몰두하게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금감원의 국내은행 해외영업점 ‘현지화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해외점포들은 평가가 시작된 2008년 이후 매년 3등급으로 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문제점을 지적 받으면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특히 초국적화지수는 평가 시작후 내리 4년동안 5등급을 받다가 2012년에야 4등급으로 한 단계 올랐고, 2013년 상반기에야 겨우 3등급 수준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역시 금감원이 평가지표 등급 구간을 조정해 등급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는 지역은 대동소이 하고, 영업 패턴도 완전히 차별화 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일단은 점포수와 진출 지역을 늘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기존 진출 은행 대비 내세울만한 강점이나 전략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현지화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전보다 투자와 연구가 활발해지는 경향도 있지만 자체 전략과 국가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은행은 여전히 글로벌 은행들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 의원은 “전세계 금융업계가 해외시장 개척과 혁신을 위한 경쟁에 전념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금융업계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업계의 구조개혁과 해외시장 개척 및 혁신을 위한 유도책 등 관련 대책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