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막장 낙하산 인사 너무 지나치다
우리은행·행장·감사·사외이사까지 ‘서금회’ 싹쓸이
2016-03-1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정치금융을 배제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무색하게 최근 금융권에 막장 낙하산 인사가 범람하고 있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낙하산 인사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KB금융지주의 경우 최근 대선 캠프 출신을 ‘꽂으려는’ 노골적인 정치권의 압력으로 다시금 몸살을 앓고 있다.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지주사 사장직을 되살리려 하자 정치권이 영남지역에 지역구를 둔 ‘원조 친박’ 인사 18대 국회의원 출신 인사를 ‘꽂으려’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KB금융 측이 해당 인사가 금융지주사 관련 경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자 정치권은 전직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대선 캠프에 발을 담궜던 인사를 재 추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 서금회 창립 멤버인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 역시 지난해 KB 사태의 당사자로 지목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물러났던 인물임에도 최근 KB캐피탈 대표로 내정돼 ‘외부 입김’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행장 인선 과정에서부터 서금회 논란이 불거졌던 우리은행에도 최근 서금회 출신 사외이사가 합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정해진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같은 서금회 출신으로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했으며, 대선 때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다.또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홍일화 고문의 경우 1971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 등 당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정피아’ 인사다.NH농협금융지주 역시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관료 출신 인사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농협금융은 지난달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전홍렬 전 금감원 부원장과 민상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농협금융의 기존 사외이사 2명은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손상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다.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정부 출신 인사로 임명된 셈이다.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사외이사 후보에도 관료들이 대거 추천됐다. DGB금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하종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에 추천했고, 대구은행은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 구욱서 전 서울고등법원장의 이름을 올렸다.금융공기업도 낙하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국금융연구원의 경우 지난 2012년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으로 활동한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가 금융연구원장에 내정되면서 논란이 일었다.최근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은 오는 7월까지가 임기인 한국은행 출신의 경영관리 담당자가 중도 사퇴하고 또 다른 한은 국장 출신자가 후임으로 온다는 소식에 유관 기관의 경영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한국거래소도 3월 말 개정 공직자 윤리법 시행 전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대형 낙하산이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이처럼 낙하산 인사들의 연이은 금융권 득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10일 열린 청문회에서 외압을 막아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임 내정자는 이미 농협금융의 낙하산 인사를 선임한 바 있어 논란을 종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런 낙하산 논란은 정부나 금융권이 현재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려는 의지가 부족하기에 생기는 것”이라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권에 이처럼 정치금융이 기승을 부릴 경우 금융개혁과 금융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