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호재...가계부채 급증 문제
이사철 겹쳐 거래량 증가 기대
2016-03-1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처음 1%대로 전격 인하하면서 주택 시장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한은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0.25%포인트 내렸다.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매매거래는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된다.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취득 비용이 감소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올해 들어 주택거래량은 연초부터 비수기를 방불케 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거래량이 1, 2월 모두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3월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이번 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대출 이자에 대한 연말 소득공제 혜택까지 감안할 경우 연 2%대의 금리로 집을 사는 격"이라며 "신규 주택구입자들의 조달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특히 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들의 매수세 전환이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전세난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사철 성수기가 시작돼 시장에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며 "전세난과 이사철, 금리 인하 호재까지 터지면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투자수요가 많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박 팀장은 "강남구 개포 주공, 강동구 고덕 주공·둔촌 주공,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사업 추진이 빠른 곳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거래가 늘면서 집값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9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에 비해 0.15% 상승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면서 2013년 10월7일(0.18%)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반면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이번 추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정부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가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이번 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3%대 초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 3.33%에 금리 인하폭 0.25%포인트를 감하면 주택대출 금리가 3%를 가까스로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2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은 지난해 8월 이후 연 150만원 안팎의 이자 경감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문제는 LTV·DTI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가 만들어낸 대출 증가 효과다.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1년새 68조원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20조4000억원 늘었는데 증가분의 대부분(88.7%)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올해 들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하다.부동산비수기인 1월 7000억원이 늘어난데 이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3조7000억원 늘어 월간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대출은 4조2000억원 급증했다.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가계 대출을 더 빠른 속도로 늘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문제는 나중에 금리를 인상할 때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