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부채비율 기업 외부감사인 지정...“부실기업 낙인 우려”
금융당국 “감사인 지정제는 투명 회계 감사 위한 것”
2016-03-13 곽호성 기자
[매일일보 곽호성 기자]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감당이 안 되는 기업(12월 결산법인)에 다음 달부터 외부 감사인(회계법인)이 강제 지정된다.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며 ‘강제 지정’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직전 사업연도 말을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기업 가운데 동종업종 평균 부채비율의 1.5배를 초과하고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에는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기로 했다.이는 지난해 11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시행령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12월 말 결산법인 중 감사인 지정 요건에 속하는 기업은 이번 1분기부터 금융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의 감사를 필수로 받아야 한다.이번에 외부 감사인을 강제 지정받은 기업은 앞으로 1년 동안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지정 여부를 정하므로 2015년말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3월이 되어야 지정 여부가 가려진다.그래서 기업들은 다음 지정 기준일 전이라도 부채비율이 200% 아래로 내려가는 등 강제 지정에서 빠질 수 있는 요건을 맞추면 다음 지정 기준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적용을 배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 폐지 사례처럼 사후적으로 재무기준 요건 해소 자료를 내면 지정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이야기다.현재 자본잠식으로 인해 상장 폐지 대상이 된 기업의 경우 사업보고서 법정 제출기한까지 해소 사유가 담긴 자료를 내면 상장 폐지를 면할 수 있다.외부감사인 지정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은 이 조치로 외부감사인이 지정될 경우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기업 회생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금융당국은 자본잠식과 부채 비율을 똑같은 선상에서 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자본잠식은 자금 투입에 따라 확정적 수치가 나오나 부채는 변동성 등 새로 살펴봐야 할 것이 많으므로 같이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또 외부 감사인 지정 제도의 취지에 대해서도 원래 감사를 안 받던 기업에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중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외부 감사인을 지정해 회계감사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금융당국은 “감사인 지정제는 투명한 회계 감사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