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포세대’ 울리는 귀족노조 ‘보신주의’
고용부 727개 단협 조사 결과 30%는 고용세습…현대판 음서제
능력·성과중심 기조와 정면배치…“사회적 책임갖고 개선해야”
2016-03-16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자 가족의 고용에 특혜를 주는 고용세습제를 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사상최악의 청년취업난으로 ‘3포’를 넘어 ‘5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상황에서 이 같은 보신주의 성 현대판 음서제도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최근 고용노동부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유효한 727개 기업의 단체협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221개 기업이 정년퇴직자, 업무상 재해자 등의 배우자나 직계자녀에 대한 우선·특별채용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우선채용 규정을 두고 있는 기업은 총 201개소로 △업무상 질병 및 사고 퇴직자 가족 △정년 퇴직자 가족 △업무상 질병 및 사고사망자 가족 등에게 특혜를 주고 있었다.특별채용 규정을 두고 있는 기업은 총 20개소로 업무상 사망을 하거나 1등급부터 6등급의 장해자 등의 가족을 채용토록 규정하고 있었다.문제는 133개 기업에는 정년 퇴직자 자녀 등을 채용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등 사실상 고용세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업무상 재해로 인한 장애나 사망등으로 생계 유지를 위해 자녀의 취업에 우선권을 주는 정도는 사회적인 통념상 어느정도 용인이 될 수 있으나, 정년퇴직자의 자녀에게까지 채용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실제로 A자동차 노조의 경우 단협 제97조에 고용세습에 관한 내용을 명시했으나, 지난 2013년 5월 이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뒤 암으로 사망한 B씨 유족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등 청구소송에서 울산지법이 “사용자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이 회사의 노조는 과거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자녀에게 취업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장려금 1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다 ‘귀족노조’라는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잠재구직자는 186만7000명으로 이 가운데 15∼29세 청년층은 59만3000명(31.8%)이다.잠재구직자는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취업을 원하고 일할 능력도 있는 이들을 지칭한다. 체감실업자수만는 107만1000명으로, 정부가 밝힌 공식 실업자 39만5000명의 3배에 달한다.이처럼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이제는 ‘5포세대’라는 단어도 등장하고 있다.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에서 집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고용세습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정상적인 채용절차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거쳐 선발될 수 있는 누군가의 기회를 가로채는 셈이기 때문.특히 고용세습은 최근 기업들이 중시하는 능력과 성과중심의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근로자의 능력이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부모의 존재가 스펙으로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권영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일자리세습은 많은 청년이 고용 절벽 앞에서 좌절하는 상황에서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