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짐 싸는 유통공룡, 속사정은

이랜드·신세계 등 일본·중국서 철수...현지 전략 새로 짜야

2015-03-17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굴지의 유통 대기업들이 일본·중국 등 한 때 격전지로 삼던 주무대에서 잇따라 짐을 싸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자사의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 스파오의 일본 요코하마 매장을 지난 1일 자로 폐점했다.2013년 일본에 진출해 현지 백화점과 쇼핑몰에 여성복 브랜드 ‘미쏘’ 매장 2개와 남성복 브랜드 ‘스파오’ 매장 3개를 운영했지만, 지난해 스파오 매장 두 곳과 미쏘 매장 한 곳을 정리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남은 두 매장 마저 모두 문을 닫게 된 것.이랜드의 일본 매장 폐쇄의 가장 큰 원인은 ‘엔저 현상’ 심화로 지목된다. 실제로 이랜드의 경우 엔저 현상이 심화된 지난해부터 철수 행렬이 빠르게 급물살을 탔다.지난해 5월 스파오 2개 매장을 정리한 뒤 8월에는 또 다른 SPA 브랜드 ‘미쏘’ 매장도 폐점했다. 특히 이랜드가 일본에서 전개한 스파오와 미쏘는 합리적 가격 자체가 경쟁력인 브랜드여서 엔저에 따른 현지 판매 단가 상승 부담이 작용했던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회사 측은 “엔저 현상 때문에 일본에서 신규 매장을 열기 힘들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일본에서는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엔저현상은 대표적인 한류 상품인 화장품 수출에도 발목을 잡았다.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일본 비중은 2013년 12.3%에서 지난해 7.7%로 줄었다.일례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6년 자사 최고급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매장을 일본 주요 백화점에 냈다가 지난해 모두 철수킨 바 있다.한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수만 개의 한국기업이 몰렸던 중국에서도 철수 바람이 거세다.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 텐진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오청점, 꽝화차오점, 메이쟝점, 홍차오점 등 4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하는 등 중국사업을 사실상 접었다.이마트는 지난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중국 내 매장을 27개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으나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점포를 줄여나고 있는 것.롯데 역시 최근 몇 년간 내수 불황에 따른 활로모색의 일환으로 중국 등 세계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매출은 신통치 못하다. 지난해 1분기 해외부문은 55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전년 동기보다 손실 규모가 배로 늘었다.실제 롯데리아도 중국에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 롯데쇼핑의 중국 매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7.7%로,전체 매출 증가율 12.5%의 절반에 불과했다.다만 롯데는 이마트와 달리 사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중국 현지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 대해 업체들은 현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쇼핑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해외 유통업체들에 비우호적인 환경 자체 역시도 대형 업체들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들이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상품 도입과 판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현지 시장에 맞는 전략마련을 통해 차별화를 강조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