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패와의 전쟁 : 그녀의 캐비넷엔 특별한 게 없다
2016-03-23 황동진
[매일일보] 재계 사정 바람이 거세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 후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 사격 발언에 힘입어 사정 당국의 화력은 더욱 막강해졌다.검찰은 최근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단서를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검찰 뿐만 아니다. 국세청, 관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재계 전반에 걸쳐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만 부지기수다. 신세계, 롯데, 동부, 금호아시아나, STX, 동국제강, 경남기업, 동아원 등 업종을 막론한다.이처럼 기업 비리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재계는 바짝 움츠려 들었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미 종결된 사건을 들춰낸 숨은 의도에 대해선 다들 의아해 한다.해외 역외 탈세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A기업 관계자는 “2011년 국세청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났다”며 “왜 캐비넷 사건을 들춰내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경조비 등을 통한 오너 일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B기업 관계자 역시 “이미 검찰에 충분히 소명했다”며 “경조비 및 격려금 집행 관행을 두고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이번 수사에 대해 재계의 시각은 다양하다. 세수 확보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 압박용,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 등에 공동 반기를 들려고 했던 재계에 대한 압박용 등 가지가지다.이 중 구정권 비리 척결 차원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방위 산업, 자원 외교, 포스코 등을 가리켜 방·자·포 수사의 공통분모는 MB정권이 자리한다.실제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시작된 포스코건설 수사는 MB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시절 이뤄진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비리에서부터, 종결된 송파 파이시티 사건도 재수사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모두 MB정권 시절 실세로 불렸던 인물들이 등장한다.재계 호사가 중에는 포스코가 고 박태준 명예회장만의 치적이 부각된 데 따른 박 대통령의 서운한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 전신인 옛 포항제철의 태동과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헌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것.이런 저런 얘기를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수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들이 추진 중인 국내외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란 것. 포스코의 경우 사우디 국부펀드와 맺은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창조경제를 위한 기업들을 독려하는 가하면, 역으로 옥죄이기도 한다.재계 한 관계자는 “투명한 사회 만들기를 위한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하는 데는 공감한다”며 “다만 이미 종결된 사건까지 들춰내는 것은 현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이번 수사 역시 무차별 폭격이 아닌 비리를 확실히 도려낼 수 있는 정밀 타격일 때 비로소 부패와의 전쟁에서 진정한 의미의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이 관계자의 말대로 박 대통령은 캐비넷 속 케케묵은 것보다 새로운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