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풀고 있는 정부, 경제·구조개혁은 언제하나

단기부양책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 높아

2016-03-23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정부가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면서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중 예산 3조원을 추가로 집행하는 한편 연내 공공 및 민간투자를 7조원 늘리는 등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가동하기로 했다.지난 연말 확장적 거시정책이 담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지 불과 3개월도 안돼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현 상황을 위기로 느낀다는 방증이다.지난해 정부는 46조원의 재정정책 패키지를 쏟아부은데 이어 한국은행 역시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그럼에도 현재 한국경제의 실물 지표들은 최악이다.1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3.7%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며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15년7개월만에 최고치다.지난 20일 최 부총리가 10조원의 추가 부양책을 집행키로 하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동시에, ‘유효수요’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하지만 유효수요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 방식은 이미 수 차례 반복된 것들이다. 내수 침체를 정부가 돈을 풀어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MB정부에서도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 사업을 진행했지만 성과는 참담했다.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의 추가 부양책에 대해 “최 부총리는 이미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낡은 정책을 따르고 있다”며 “최 부총리가 취임 당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해놓고도 지도에 없는 길이 아니라 이미 실패한 MB정부의 낡은 지도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으로 지표 경기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며 “체감 경기 부진은 소비심리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민간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구조개혁이 동반되지 않은 단순 돈 풀기는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조개혁 성과에 자신이 없으니 재정집행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정부도 구조개혁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은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무엇보다 쉬운 것이 없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지금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역설했다.최 부총리도 “구조개혁을 주저하는 것은 청년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인 만큼 비장한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며 “3~4월에는 구조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반드시 창출해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정부의 비장한 각오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재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오진은 사고를 낳는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기업 구조개편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년 이후 3년간 전체 기업 중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자산 규모 기준)이 13%에서 15.6%로 단기간에 2.6%포인트 늘어났다. 기업 100곳 중 15곳은 돈 벌어서 은행 이자도 못 갚는다는 의미다.이 같은 부실기업은 금융권 자금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고용 창출이나 세수 증진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거의 못하면서 경제 혈맥의 흐름을 꽁꽁 틀어막고 있는 셈이다.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들의 고통 분담을 직접적으로 요구해야 한다.외환위기 이후 기업 살리기를 위해 도입된 비용 감축 정책은 임금 삭감, 복지 축소, 고용 유연화로 이어지면서 비정규직 급증 및 만성적 고용불안을 가져왔다. 문제는 위기 상황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노동시장은 비상상황 그대로다.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기업인들과 소통을 위해 다양한 경로의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가 재계의 애로사항만 청취할 것이 아니라 직접 쓴소리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