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사기꾼’ 덫에 날아간 제2의 인생

돈 많은 전문직 여성에 접근 돈 갈취.폭행

2007-01-06     성승제 기자
[매일일보=성승제 기자]최근 발표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혼률은 지난 1994년에서 2005년까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통계수치에서 보듯 최근 국내에서는 이혼하는 가정이 급속도로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재혼을 꿈꾸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만남보다는 돈 많은 여성에게 접근, 사기행각을 벌이고 폭행까지 일삼는 파렴치한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야기되고 있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극복하고 재기하려는 사람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는 재혼 사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초 40대 남자가 재혼사이트를 돌며 돈이 많아 보이는 여성에게 접근, 폭행하고 돈을 뜯어내려 한 사건이 발생됐다.

현재 서울 모 지역살고 있는 이유진(41.가명)씨는 몇 년 전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남편과 사별 했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씨는 막상 홀로되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키울 자신이 없었다.

이에 자신의 아이를 자상하게 돌보아 줄 수 있는 남자를 찾고자 지난 해 3월 한 재혼 사이트에 가입했다.

이씨는 한 달 후 재혼 사이트로부터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이라며 김정국(가명 41)씨를 소개 받았다.

김씨는 자신이 집안의 장남인데 부모님이 전 아내와 사별 한 후 혼자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 이곳에 가입하게 했다고.

성실하고 인자해 보이는 김씨의 첫 인상이 좋았고 특히 조금 성장한 아이를 갖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 두 사람의 만남은 급속도로 가까워 졌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자 이씨는 점차 김씨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다. 결혼생각으로 만남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고 오히려 이씨에게 급한 사정이 있으니 돈을 빌려달라며 윽박지르며 심지어 폭행을 가하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의심을 가진 이씨는 김씨가 다닌다는 직장(부동산 중개업소)을 찾아갔다가 청척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중개업소에서 서류상의 대표일 뿐 실질적 운영 등은 친구가 한다는 것이다. 다시 빌라를 사서 거주한다는 집을 가봤지만 실제로 사는 곳은 지하 전세방이며 특히 예전에 부모님도 사별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김씨는 자신 외에도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돈 많은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접근해 돈을 요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이씨는 수 백여만원의 피해를 입은 뒤였다. 이후 둘은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고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하고 헤어졌다.

피해 여성 고소·고발 꺼려

이혼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재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씨의 사례처럼 재혼보다는 돈 많은 여성들에게만 접근해 돈을 갈취하는 파렴치한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이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 고발한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고작 피해 여성들이 재혼 관련사이트 등을 통해 피해를 호소 할 뿐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재혼 사이트를 운영중인 이보영(가명, 38)씨는 “재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한 번쯤은 의심을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결혼협회에서 재혼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협회 관계자는 “재혼은 특성상 양쪽 모두 초혼보다 신중한 자세로 상대방을 대하게 되는데 다소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사람의 경우, 재혼에 대한 관심보다 상대방의 재산 등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 일수도 있다”고 강조하고 “이같은 피해를 막으려면 우선 개인정보가 철저한 지 확인한 후 가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만남을 갖는 자리에서도 상대방의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먼저 상대방이 기본적인 질문 외에 결혼을 급하게 유도하려고 하면 일단 주의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재혼이 10년 사이에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이혼건수는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2004년에는 13만9천4백건(쌍)으로 2003년에 비해 약 2만8천건(쌍) 감소했다.

조이혼율은 2004년 2.9건으로 전년도 3.5건에 비해서는 감소했으나 10년전인 1994년 1.4건에 비해서는 증가했다.

2004년 연간 재혼건수는 4만4천4백건(쌍)으로 10년 전인 1994년 재혼건수 2만2천8백건(쌍)의 약 두 배로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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