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새희망홀씨 저신용·저소득자 비율 ‘낙제점’

하나·외환·기업은 70%도 못 미쳐...연체율은 우리은행 최고

2015-03-25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시중 은행들의 새희망홀씨 저신용·저소득자 대출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서민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부 압박에 몰려 실적 쌓기에 급급했던 탓이다.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서민 18만130명에게 1조9559억원의 새희망홀씨 대출을 실시했다. 이는 연간 목표액(1조8200억원)을 초과달성한 것이다.2010년 11월 새희망홀씨 출시이후 누적 지원 규모는 7조5000억원, 대출자는 77만명으로 늘었다.새희망홀씨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CB) 6등급 이하인 자를 대출 대상으로 하며 한도는 2000만원, 금리는 최고 연 12%다.그러나 실적 늘리기에 급급해 서민 대출 상품이라는 본래 취지 살리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현재 금융당국은 새희망홀씨의 저신용·저소득자 대출 비율을 76% 이상 설정토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이 비율을 달성한 곳은 국민은행 뿐이다. 국민은행의 저신용·저소득자 대출 비율은 87.8%에 달한다.농협은행은 75.5%,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72.6%와 71.9%로 권고치에는 미달했으나 70%선은 넘겼다.그러나 하나은행은 저신용·저소득자 대출 비율이 64.1%에 그쳤고, 외환은행은 53.3%을 기록했다.이에 하나은행 측은 “기존 점포들이 상대적으로 강남 지역에 많이 몰려있고, 프라이빗 뱅크(PB)에 강한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기업은행 역시 저신용·저소득자 대출 비율이 56.7%로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업은행 측은 타 은행과는 달리 근로복지공단과 협약을 맺어 근로자생활안정자금을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는 만큼 새희망홀씨 실적만을 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기업은행 관계자는 “서류 발급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새희망홀씨의 이자율이 연 6~7%에 달하는 것과 달리 근로자생활안정자금의 경우 이자율이 연 1~2.5% 수준”이라며 “이 대출을 포함하면 전체 실적은 최대 8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외국계은행인 SC은행과 씨티은행 역시 각각 54.6%, 52.5%로 정부 권고치에 한참 미달하는 대출 비율을 기록했다. SC은행은 연간 목표치는 그나마 실적을 초과 달성한 여타 12개 은행과는 달리 목표 실적 달성률도 33.7%에 그쳤다.이처럼 개별 은행들의 새희망홀씨 서민 대출 비중이 줄어들면서 저신용·저소득자 대출에 대한 은행권 전체 평균도 낮아지고 있다.2012년 74%였던 새희망홀씨 저신용·저소득자 대출 비율은 2013년 72.4%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71.6%로 추가 하락했다.새희망홀씨의 지난해 연체율은 2.6%로 2.59%를 기록한 2013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중 가장 연체율이 높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6.3%에 달했다. 씨티은행(3.8%), 농협(2.9%)은 그 뒤를 이었다.이에 금감원은 새희망홀씨 취급에 다소 미진한 은행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취급을 유도하고 각종 혜택과 감독을 병행해 서민금융 지원 취지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은행들은 76%라는 수치가 애초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소 높게 잡은 ‘권고치’인 만큼 현실적으로 매번 이를 맞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실적도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대출 비율까지 관리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상당하다”며 “무리하게 비율만을 맞춰 나가다보면 부실 연체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