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수익성 악화에도 회장 연봉 한도 올려
‘30억원 연봉’ 비판에 내렸다가 슬그머니 인상
2015-03-26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사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도리어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올리는 움직임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금융지주사들이 CEO의 급여 보수 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안건을 이미 의결했거나 의결할 예정이다.27일 정기 주총을 앞둔 하나금융은 이사의 성과연동 주식보상(Performance Share)의 한도를 5만주에서 7만주로 늘리는 내용의 이사보수 승인한도의 건을 의안으로 올렸다.성과연동 주식보상제도는 3년간의 장기 경영성과를 평가해 실적에 따라 경영진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다.문제는 하나금융이 작년 정기 주총에서 성과연동 부식보상의 한도를 기존 7만주에서 5만주로 줄인지 고작 1년 만에 원상복귀하는 것이라는 점이다.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은 CEO의 고액 연봉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거세지자 일제히 한도를 낮춘 바 있다.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3년 기본급·상여금 13억4000만원과 성과연동주식 3만9580주(2013년말 종가 기준 17억4000만원)를 합해 총 30억8000만원을 받았다. 김 회장은 연봉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30%를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30억 연봉’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시적 연봉 반납에 그치지 않고 아예 총액 한도를 삭감한 것인데, 이번에 슬그머니 한도를 원상복귀시키려 하는 것이다.신한금융도 이번 정기 주총에서 비슷한 안건을 처리했다.신한금융의 한동우 회장은 2013년에 기본급·상여금 14억원과 성과연동주식 3만40주(14억2000만원)를 더해 28억2000만원을 받아 역시 연봉이 30억원에 달했다.고액연봉 논란에 신한금융 역시 기존 60억원이었던 이사보수 한도를 작년 정기 주총에서 30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그러나 지난 25일 열린 주총에서 한도를 45억원으로 다시 늘려 1년 만에 결정을 뒤집었다.이들 금융사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하나금융 측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조직개편을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한도를 늘려 잡은 것”이라며 “주식보상 한도는 늘렸지만 현금 보수 한도를 60억에서 45억원으로 줄였다”고 해명했다.통합 이후 사내이사 수를 늘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비해 미리 한도를 상향 조정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하나금융의 사내이사는 김정태 회장 한 명이다.그러나, 하나금융이 지난해 주총에서 금융지주사 사장직을 폐지하고 하나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을 등기임원에서 제외시켜 지주사 사내이사를 기존 4인에서 회장 1인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이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보수총액 한도의 경우 45억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금융권 최고 수준인데다 김정태 회장의 현금 보수액이 이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하향 조정이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신한금융 측은 “2011년 취임한 한동우 회장이 3년간의 경영활동을 평가받고 5년차인 올해 장기성과급을 일시금으로 지급받을 예정이어서 한도를 조정한 것”고 해명했다.장기성과급을 포함한 올해 보수 총액이 30억원을 넘어설 수 있어 지난해 주총 결정을 번복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보수 늘리기 외에 CEO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시도도 나온다.KB금융은 ‘KB 내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현직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금융지주 CEO들의 이런 행태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CEO 연봉을 높여서 정말로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사를 모셔온다면 수십억원대 연봉도 납득할 수 있겠지만, CEO 인사가 외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의 금융 현실에서는 초고액 연봉이 낙하산 인사 유혹을 키우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