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삼성을 생각한다』…변호사 김용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2010-02-08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200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 비리’ 고발의 주인공인 변호사 김용철의 책이 출간되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이 책은‘ 변호사 김용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카피를 달고 있다. 저자 서문에서 김용철 변호사는 “이 글은 고백록이나 고발서가 아니며 백서도 아니고 오히려 그들 모두이다”라고 밝혔다. 5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에 담긴 그가 미처 하지 못했다는 말은 무엇일까.

김용철, 문제 많은 사람?

변호사 김용철, 그는 어떤 사람일까. 세간에는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이러저런 소문이 많이 떠돈다.

“삼성에서 100억을 받고 호의호식한다, 룸싸롱 마담과 살림을 차렸다. 불법유흥노래방을 운영한다.”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명된 것은 없지만, 이런 얘기를 계속 듣다보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왜 삼성을 문제 삼았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친척들의 사소한 범죄도 눈감아 주지 못해서 평생 남남처럼 살고, 10만원 받은 경찰은 해직, 50만원 받은 경찰은 구속시킨 원칙밖에 모르는 고지식한 검사가 그였다고. 그렇게 십년을 넘게 살고 삼성에 들어간 이유가 “집에 돈을 가져다 주는 가장 노릇을 하기 위해”, “떳떳하게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고.

말은 누가 하는가에 달려 있다.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왜 김용철은 아무도 하지 않은 삼성이야기를 하는가

삼성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많기는 한데 자세히 보면 두 가지로 수렴된다.

“삼성이 최고”, 혹은“ 삼성이 악의 근원”이다. 그런데 삼성을 다니는 사람치고 삼성에 문제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삼성 문제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삼성 근처에도 안 가본 사람들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특이했다. 삼성의 핵심 임원으로 7년이나 근무한 사람이 삼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삼성의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조정본부, 그중에서도 핵심부서인 재무팀 관재(管財)파트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삼성의 심연을 알 수 있었다.

그가 경험한 것들을 아는 사람은 삼성 내에서도 극히 일부다. 그는 삼성의 세계적인 기업으로서의 경쟁력과 위상을 잘 알고 있다. 동시에 아무나 볼수 없는 삼성의 어두움 또한 알게 되었다.

삼성과 대한민국,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용철 변호사가 말하는 삼성은 기업이 아니다. 한국 그 자체다. 삼성의 모든 행위는 혈관처럼 한국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정계, 법조계, 학계가 모두 삼성과 함께 움직였다.

삼성비리가 검찰비리와 함께 불거진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삼성비리가 곧 국가 전체의 비리였다. 이쯤되면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 모두가 한통속인데 잘잘못을 따지고 말 것도 없다.

사실 이러한 유착관계는 오래된 익숙한 광경이고, 흔히 냉소적이기 쉽다. 한국이 원래 그렇다, 삼성이 원래 그렇다고 말하곤 한다. 다 안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나 알면 냉소하기 어렵다.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냉소할 뿐이다.

이제 삼성을 생각할 때

이 책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7년간 일하며 보고 겪은 삼성이 온전히 그려져 있다. 그가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책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에 입사하기 전, 그가 가졌던 글로벌 기업의 환상은 모두 부서졌다. 그는 삼성이 저지른 비리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그를 괴롭힌 것은 삼성이 비리를 저지른다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상시적으로 저질러지는 비리가 삼성 존재의 한 근거라는 사실, 그것이 그를 괴롭게 했다. 그는 묻고 싶다. 기업의 핵심인 선진 경영과 세계적인 경쟁력, 삼성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껏 대한민국은 오늘의 삼성을 만들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 잠시 삼성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게 삼성을 다시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독자들이 그의 글을 통해 삼성을 생각할 ‘때’를 실감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 소개 : 김용철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해군 법무관을 지냈다. 30대엔 인천, 홍성, 부산, 서울 중앙, 부천 등지에서 주로 특수부 검사로 일했다. 40대엔 삼성 회장 비서실(구조본)에 입사하여 7년 동안 재무팀과 법무팀 등에서 일했다. 2004년 8월,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을 그만뒀다. 50대엔 양심고백을 통해 삼성 비리를 세상에 알렸다.

차례

추천의 글
저자 서문

1부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

01 그리고 사제단이 있었다
배신자와 친구 ● 감시와 미행, 그리고 도청 ● “이학수에게 사과하시오” ● “상대가 삼성이라서…” ● 그리고, 사제단이 있었다 ● 정석구, 나이 오십에 얻은 진정한 벗 하나 ● 신정아 사건과 이건희 비리 ● “돈, 아니면 와인” ● “대통령은 왜 삼성 돈 받은 사람만 좋아하나” ● “왜 친한 검사 이름을 공개했나?” ●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 ● 아이들의 눈물 ● “ 삼성에서 100억 원 받았다면서요” ● “그러나 사제단이 있다”

02 “특검은 왜 삼성이 아니라 나를 수사하나”
청와대 “정권을 물어뜯지 않을 특검을 원한다” ● “또 용철이냐” ● ‘JY문건’과 금산분리 ● “이건 조준웅 특검이요” ● 봐주기 특검의 월권 수사 ● 특검의 이중잣대 ● 삼성화재가 빼돌린 미지급 보험금과 렌터카 비용 ● 도둑에게 장물을 준 특검 ● “경제 물신주의, 재벌 비리의 공범” ● “삼성은 약속을 지킨 적인 별로 없다”

03 “우리는 늘 지는 싸움만 한다”
같은 혐의에 다른 판결 ● 민병훈 재판부의 계산 오류, 과연 실수였을까 ● 편법, 또 편법 ● 1심 무죄 판결의 이유 ● 사제단 대표의 무기한 안식년 ● 영혼을 오염시킨 서기석 재판부 ● 간판 경영자는 물갈이, 비리 경영자는 승진 ● 박연차 수사와 이건희 수사 ● “신영철 덕분에…” ● 죄는 있지만 처벌할 수 없다 ● “우리는 늘 지는 싸움만 한다”

2부 그들만의 세상

04 삼성과의 첫 만남
“떳떳하게 돈 벌려고 삼성 들어갔는데…” ● 이건희 ‘메기론’ 외우는 신입임원 교육 ● 약속 어긴 삼성… 다시 담배를 물다 ● “너 기분 더럽겠다. 옛날 같으면 혼내야 할 사람을 상사라고 모시니” ● 멀쩡한 직원을 구속시킨 정경식 사건 ● “족보에 삼성 사장 벼슬은 왜 못 남기나”

05 “여긴 실입니다”
일은 비서실에서, 월급은 계열사에서 ● 삼성 비서실과 청와대 비서실 ● 권한은‘ 실’이, 책임은 계열사가 ● 삼성 구조본과 참여정부 ● 정연주를 못마땅해 한 구조본 ● 사장에게 지시하는 재무팀 과장 ● 계열사 관리담당과 재무팀 운영담당 ● 실세 중의 실세,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 ● “그게 자기 돈인가, 회사 돈이지” ● 국정원과 삼성의 도청 경쟁 ● 사내 불륜에 민감한 감사팀 ● 임원과 직원에 대한 이중잣대

06 “몇 천만 원 주는 걸 뭘 그리 겁내나”
“압수수색 들어오면, 찌르고 도망가죠” ● “대법관은 ‘삼성 굴비’ 안 받을 줄 알았는데…” ● “몇 천만 원 주는 걸 뭘 그리 겁내나” ● 부끄러운 짓도 몇 번 하다보면 ● 정권교체 1년 만에 호남인맥 장악한 삼성

07 1999년 삼성 부도 위기
‘알판장이 꿈의 직장’ ● 부도 위기 맞은 삼성 ● 사람 자르는 일과 구속시키는 일 ● 연예인 윤락 사건과 삼성 구조본 ● 판사에게 30억 원 건네라는 이학수 ● 삼성과 중앙일보, 그리고 x파일

08 거짓말 시나리오
삼성SDS BW 헐값 발행과 이재용 ● 내가 삼성 비리에 눈뜬 이유 ● 이재용의 조바심과‘ e삼성’의 실패 ● 에버랜드 사건, 증거 및 증언 조작 ● 에버랜드 담당 검사 차남의 펀드 손실까지 메워준 삼성 ● 독특한 수임료 지급방식 요구한 김앤장 ● ‘6대 종손’은 억울했다

09“ 대선자금 수사에 응하시오”
“이학수를 버리고, 김인주는 건진다” ● 삼성에 찍힌 검사들 ● “대선자금 수사에 응하시오…” 돌아온 것은 배신자 취급 ● 회사를 떠나다

10 이건희 일가, 그들만의 세상
법 위에 있다고 믿는 그들 ● 이건희의 생일잔치 ● ‘신분이 다르다’고 믿는 그들의 독특한 생활 ● 훔친 돈 놓고 다투는 이재용-임세령, 재산 분할금의 출처는? ● 황태자 이재용과 야심가 이부진 ● 이건희“ 사위는 경영에서 빠져라” ● 명품‘, 다른 신분’의 상징 ● 타워팰리스 설계 철학…“ 대중과 섞이기 싫다” ● 1000억 원에 사서 100만 원에 팔아넘긴 해외 명품업체 ● “비자금 다 있는데, 왜 삼성만 문제 삼나” ● 부동산과 섭외, 이건희의 주요 관심사 ● 대도 조세형까지 데려오는 인재 욕심

11 황제 경영의 그림자
‘신경영’의 실패, 폐허가 된 윈야드 공장 ● 삼성 자동차 실패… 결정은 이건희, 책임은 지승림, 손해는 국민 ● ‘1등주 삼성’의 그늘 ● 이건희 취향 때문에 희생당한 계열사 이익 ● 판단력을 키울 기회를 잃어버린 경영진, 위기 앞에서 무용지물 ● ‘반도체 기술자’ 위에 있는 ‘비자금 기술자’ ● 지도층에게 배신만 당한 사회

3부 삼성과 한국이 함께 사는 길

12 밭일 하는 만삭의 아내
“살아서 굴욕을 당하느니” ● 고대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부끄러움 ● 대학생 부부 ● 수습기자가 된 연수원 시보 ● “군사 정권 시절 ‘군대는 개’라고 해도 멀쩡했다. 그런데 지금은…

13 10만 원 받은 경찰은 사표, 50만 원 받은 경찰은 구속
“검사는 ‘빽’에 약하다? ● ‘가짜 의사들’ ● “청장님께 인사 했다”는 피의자 ● 10만 원 받은 경찰은 사표, 50만 원 받은 경찰은 구속 ●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다” ● “총장님은 왜 그런 친구만 뒀습니까”

14 전두환 비자금 수사
전-노 군사반란사건 수사 ● 김대중과 비슷한 가명으로 관리된 전두환 비자금 ● 수사 중단 지시, “쌍용 김석원입니다” ● 이탈리아 연수 접고, 삼성으로

15 “조사하면 고객 된다” 검사들의 영업비밀
“꼴통검사가 그립다” ● “유전구속, 무전불구속?” ● 가짜 자수서, ‘유전무죄’의 비결 ● 대법원 양형기준안이 씁씁했던 이유 ● “조사하면 고객 된다” 검사들의 영업비밀 ● “‘필명’이 뭐죠?” ● “직업이 아니라 ‘귀족놀음’ 취미생활이구나”

16 문제는 비자금이다
‘성공한 재벌’은 처벌 못한다? ● 61억 원으로 시작한 이재용 경영 승계 작업 ● ‘JY 문건’과 구조본 ●‘비자금-회계조작-탈세’ 한 묶음 비리 ● 10조 원 비자금, 삼성의 비리 밑천 ● 지하주차장에서 돈 가방 들고 오는 젊은 과장들 ● ‘SDI 메모랜덤’, 강부찬의 협박 ● ‘샘플비’는 비자금 ● 삼성물산 자금담당이 대우받는 이유 ● 비자금은‘ 회장님 돈’ ● ‘타워팰리스가 내 집이었구나’ 차명 부동산 ● 대담한 차명거래, 눈 감은 금융 당국 ● 홍라희가 한국 미술 발전에 기여했다고? ● 외국 기업이 삼성 장부 안 믿는 이유

17 삼성생명과 조준웅 특검
조준웅 특검 덕에 횡재한 이건희 ● ‘삼성생명 차명주식 전부가 이병철 유산’이라는 거짓말 ● 상장 차익 노린 이건희 수법, 이재용이 물려받았다

18 죽은 권력, 살아 있는 권력, 죽지 않을 권력
대법원을 보면, 삼성이 보인다 ● 판결이 아니라 배당으로 말하는 법원 ● 신영철의 잇따른 거짓말 ● “이용훈, 신영철 구하려다 사법부 죽였다” ● ‘빨갱이’ 낙인보다 무서운 ‘반(反)기업’ 낙인 ● 밖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주류 질서 ● “진흙 위에서 꽃은 피지만…” ● <PD수첩> 마녀사냥“, 수사는 의지다” ● 노무현 검찰 vs 이명박 검찰 ● 내부 고발자는 파면, 비리 검사는 호의호식 ● “검사나 국회의원만도 못한 개?… 개에겐 모욕이다 ● 용산참사, 다시 떠오르는 인혁당 악몽

19 삼성과 한국이 함께 사는 길
마당발 천국, 서민에겐 지옥 ● “인간성 좋다”는 말의 함정, 나쁜 놈들에겐 욕 좀 먹으며 살자 ● 삼성 비자금 10조 원, 대학 등록금 10조 원 ● 룸살롱이 악의 축이라고 생각한 이유 ●시장질서 왜곡하는 재벌 비판했는데, 왜 ‘좌빨’인가? ● 안보를 위협하는 진짜 ‘좌빨’은 재벌이다 ● 이재용, 경영권 승계 전에 군대부터 다녀왔어야 ● 한국에서 복지사회가 불가능해진 이유 ● “삼성이 성장해야 한국 경제도 성장한다”는 오해 ● ‘글로벌 삼성’ 가로막는 장애물이 삼성특검 ●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업만 찾는 이유, 진짜 모르나? ● 황우석과 삼성비리 ● 반부패 시민혁명이 필요하다 ● “그래서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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