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1년...‘기대가 실망으로’

연이은 금리 ‘깜짝 인하’에 소통부족 논란

2016-03-30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전반적으로 낮은 평점을 받으며 취임 1주년을 맞이하게 됐다.취임 초기에는 국민과 시장의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와 소통을 강조해 금융시장에서 후한 평가를 끌어냈으나 3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 ‘불통’ 논란이 이어지면서 초반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중수 전 총재의 뒤를 이어 지난해 4월 1일 취임한 이 총재는 한은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사 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당시 이 총재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모두 긍정적이었다. 실제 3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당시 총재 후보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도덕성 등 신상에 관한 지적이 거의 나오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당시 그는 금융시장에서도 후한 평가를 끌어냈다.청문회 답변서와 취임식 등에서 연이어 “통화정책의 핵심은 경제주체의 기대를 관리하는 데 있는 만큼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을 통해 정책 효과를 높여 나가겠다”면서 신뢰 구축을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총재에 대한 기대와 호평은 오래가지는 않았다.5월까지도 “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에 시그널(신호)을 줘야한다”던 이 총재가 자신이 몰던 ‘통화정책’ 차량을 ‘금리 동결’ 차선에서 갑자기 ‘금리 인하’ 차선으로 바꿨기 때문이다.이 총재는 7월에 그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리면서 “향후 성장경로에 하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고서 8월에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내렸다. 아주 미약한 신호를 잠시 켜고서 차선을 바꾼 셈이었다.경제 정책의 사령탑이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정권 실세 중 한 명으로 통하는 최경환 현 부총리로 넘어가던 시기여서 시장의 의혹은 더 컸다.이 총재는 올해 3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역시 올해 인하 때에도 ‘깜짝 인하 결정’ 때문에 소통 부족이 지적됐다.이 총재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근저에는 장기 저성장, 저물가로 상징되는 부진한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3차례 인하로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연 2.0%)보다 낮은 1.75%로 떨어졌지만 디플레이션 논란이 지속될 만큼 경기는 위태위태하다.실제 금리 인하에도 각종 심리 지표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3월 101로 이 총재가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의 108보다 낮다. 제조업체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이 기간 81에서 77로 하락한 상태다.실물 지표도 마찬가지다.국내총생산(GDP) 기준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였으나 2분기 0.5%, 3분기 0.8%, 4분기 0.3% 등 이 총재 취임 후 0%대를 잇고 있다.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한은의 전망치도 지난해 4월에는 4.2%에 달했지만 4.0%(7월)→3.9%(10월)→3.4%(올해 1월) 등 갈수록 낮아졌으며 내달 수정 전망에서도 추가 하향 조정이 예고된 상태다.그러나 아직 임기가 3년 남은 만큼 이 총재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부진한 경기 지표는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 환경의 영향이 큰 만큼 모두 이 총재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다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실물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면 2∼3분기 시차가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한은도 소통 부족, 부정확한 예측 등 지적에 대응해 꾸준하게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지난 3월에는 금융시장 참가자와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의’를 신설하고 물가분석부 설치 등 조사 연구 조직과 인력도 확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