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4개월 연속 0%대 상승...디플레 우려 재점화
담뱃값 인상 제외하면 ‘마이너스’...“위험한 징조, 추가 정책 필요”
2016-04-0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정부와 한국은행은 선제적 대응에 나선 만큼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또 다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1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0.4%-0.58%)를 기록한 셈이다.지난해 같은 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2월 0.8%, 올해 1월 0.8%, 2월 0.5%로 내려왔다.이런 상승률은 0.3%를 기록한 1999년 7월 이래 15년8개월 만에 최저치다.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라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9∼12월에는 4개월 연속 1%대였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이 지표 역시 지난해 9∼12월에는 4개월 연속 1%대였다.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0.8% 떨어졌고 신선식품지수도 2.0% 내려갔다.공업제품은 휘발유(-19.7%), 경유(-21.5%) 등 국제적인 저유가 영향을 받은 유류 제품이 하락세를 주도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하락했다.이처럼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등의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단기간에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디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진단했다.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낮추는 등 선제적 대응을 했음에도 정책효과는 미미했던 만큼 추가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실제 ‘3월 소비자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3월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1을 기록해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CSI는 올 1월 102, 2월 103으로 소폭 개선되다가 3월 들어 다시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2.5%로 지난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물가상승률이 예상했던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의 행보를 보이면서 저물가가 계속되는 것은 분명히 위험한 징조”라며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살릴 수 있는 좀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BNP파리바의 마크월튼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경제는 현재 통화 재팽창 정책을 긴박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은의 추가 조치가 필요한 만큼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가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