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닫힌 지갑 열게 하라

반부유층·반기업 정서 심화..소비활동 제약

2016-04-01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장기화하고 있는 내수 침체의 이면에는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소득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상 소비가 억제되면서 경제 활력이 꺼져가고 있다.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업호감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0점 만점에 44.7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 대비 2.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국내 반기업 정서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높다’(65.4%)는 응답이 ‘높지 않다’(34.6%)는 답변을 압도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과 부유층들은 대외활동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일부 재벌가의 돌출 행동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오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이는 소비 침체로 이어지면서 올해 들어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0.4% 상승하는데 그쳤다. 올해 초 담뱃값 2000원을 올린데 따른 물가 인상효과 0.58%포인트를 제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데 이어 1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12월 0.8%로 0%대로 주저 앉은 뒤 줄곧 0%대를 기록했다. 특히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4%는 지난 1999년 7월 0.3%를 기록한 뒤 15년8개월만의 최저치다.경제전문가들은 내수 침체의 큰 배경에는 부유층들의 지갑이 닫힌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는 16만7000명에 이른다. 이들의 금융자산만 해도 369조원대로 이는 국내 가계 총 금융자산의 14%에 육박한다.하지만 이들의 소비는 소득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이들 고액자산가의 지출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월평균 가계수지(소득에서 지출을 제한 금액)는 1517만원으로 일반가구의 170만원에 비해 9배나 높은 수준이다. 반면 월평균 소비 지출은 1022만원으로 일반가구지출 251만원에 비해 4배 밖에 되지 않는다.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의 적극적인 소비를 유도해 내수활성화의 마중물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소비로 ‘산업생산 증가→일자리 확대→가계소득 증가→소비 지출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소비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포함해 유통구조 개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의 소비를 과시성으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분위기만큼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