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당혹’...AIIB 50여개국 참가 ‘대박’
‘판단 미스’ 지적...일, ‘국익 위해 재검토’ 여론도 일어
2016-04-02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뜨거운’ 흥행에 미국과 일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2일 금융권에 따르면 AIIB의 창립 회원국 참가 신청 마감 시한이었던 1일 0시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나라는 47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마감 직전 추가 가입 의사를 밝힌 국가들까지 합치면 참가국 수는 50개국에 육박한다. 이미 창립회원국 지위를 얻은 국가도 최총 승인을 받은 독일을 포함해 총 31국에 달한다.참가국 분포도 다양하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대양주 등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사실상 중국이 제창한 새로운 경제질서에 화답한 셈이다.이 같은 AIIB의 예상치 못한 흥행에 미국과 일본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시종일관 AIIB 운영 방법과 대출 기준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미국의 경우 이번 흥행으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중국과의 패권경쟁을 위해 내세운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외교전략인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 회귀정책)’가 위협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이에 미국은 기존 개발기구들과 AIIB의 협력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AIIB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리브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인터뷰를 통해 “아태 지역의 개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AIIB가 ADB, 월드뱅크 같은 미국 주도 개발기구에게도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면서도 “민간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AIIB가 충분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아·태 지역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AIIB 참가 유보 입장을 유지해 온 일본의 경우 참가국 수가 예상을 뛰어넘자 ‘판단 미스’라는 지적과 함께 국익을 위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실제 1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의하면, 한 외무성 간부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 더해 한국도 AIIB 참가를 결정한 상황에 대해 “이 정도로 (많은) 나라들이 참가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애초 45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사태를 상정하지 않은, 외교의 오산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정부에 좀 더 적극적인 검토를 주문하는 주요 신문사들의 사설도 나왔다.마이니치는 사설에서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시아 국가”라며 “AIIB뿐만 아니라 향후 이같이 중국과 인도가 주도하는 구상과 마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고,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AIIB는 앞으로 일본이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하는 문제를 일본에 던지고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