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하루살이 노인들 비애

전동차 내 버려지는 무가지신문 팔아 하루끼니 해결

2007-01-09     성승제 기자
[매일일보= 성승제기자]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전동차를 돌아다니면서 선반위에 버려져 있는 무가지 신문을 주워 담는 모습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할아버지로 무가지 신문이 발행되면서 새롭게 생겨난 신종 일자리중의 하나로 꼽힌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 중에는 이들이 지하철공사에서 고용한 인부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신문을 수거하는 노인들의 대부분은 공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신문 폐지를 모아서 용돈을 마련하거나 생계를 잇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1시경 기자는 종로지하철역에서 무가지 신문을 담은 포대를 어깨에 메고 계단을 올라오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현재 청량리에 거주한다는 올해 80세의 이갑수(가명) 할아버지는 “우리? 지하철 공사랑 아무관련 없어 단지 폐지 모아다 파는겨 이거 1kg에 70원인데 (가득찬 포대기를 보며)이거 한 포대기 들고 가야 한 오천원 주는지 모르겠네”라며 “이거 가지고 의정부까지 가야 혀. 의정부에 가면 신문사는 곳이 있거든 우리 같은 사람들 주로 거기서 팔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힘들어서 매일은 못하고 4일에 한번 정도 나와. 약 3~4포대기 가져가는데 하루 에 많이 벌어야 3만원 넘기 힘들어”라며 힘겹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가 잠깐 (포대를) 들어보았는데도 힘에 부칠 정도의 무게였다. 환갑을 훨씬 넘긴 할아버지가 하포대기가 아닌 3~4포대기나 되는 짐을 들고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이갑수 할아버지는 페지를 팔고 나면 (오후)3시가 되는데 (폐지 팔고) 받은 돈으로 점심을 해결한다고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한 시민은 “지하철 공사에서 지저분하게 널려져있는 (무가)신문들을 치우기 위해 할아버지들을 고용하신 줄 알았어요. 지저분한 신문들을 치워주시니까 너무 고맙죠. 근데 너무 무거워 보여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시민은 “가끔 어떤 할아버지는 신문을 볼려는 찰나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민망했다. 그래도 저 분들이 있으니까 그나마 쾌적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애요” 라며 웃었다.
sungand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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