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연말정산, 내달 재정산 혼란 오나

"징세구조 왜곡 효과 불러일으킬 것"

2016-04-07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정부가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대책이 징세 구조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정부가 7일 발표한 보완대책으로 지난 연말정산 때 세 부담이 증가한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의 근로소득자 중 99%가량은 추가 세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정부는 중·저소득층에서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자녀 관련 공제항목을 확대하고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등 방안을 내놨다.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금 부담을 무리하게 없애려다 보니 징세구조가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보완책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지난해 소득분도 소급 적용돼 당장 내달부터 재정산이 실시될 예정이다.소급적용 대상은 541만명으로 전체 연말정산 대상자 1619만명의 3분의 1 수준이다.기재부는 보완책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항목은 각 기업이 근로자들로부터 이미 제출받은 자료를 활용해 손쉽게 재정산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연말정산 관련해 세무사와 계약을 맺은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재정산 절차에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기재부는 이번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연말정산 방식 변경으로 급여 5500만원 이하 일부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연말정산 결과를 전수조사한 결과 5500만원 이하 1361만명 중 85%인 1156만명은 세부담이 없거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나머지 15%인 205만명은 예전 세법과 비교해 총 1639억원의 세금이 더 나왔다.가구유형별로 세 부담 증가자 비중을 보면 1인가구(15.7%), 3자녀 이상이거나 출산한 가구(29.9%)가 높게 나타났다.증가요인으로는 근로소득공제 축소, 다자녀·출산공제 축소 및 폐지, 연금저축 등의 세액공제 전환 등이 꼽혔다.기재부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출산·입양자녀 공제항목을 신설했다.또 연봉 5500만원 이하의 경우는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12%에서 15%로 올리고, 장애인전용 보장성보험 공제율도 마찬가지로 인상, 중·저소득층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지원도 강화했다.이번 보완책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난 205만명 중 98.5%인 202만명은 세부담 증가분이 전액 해소된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하지만 전문가를 포함해 시민단체들은 이번 보완책에 대해 징세구조 왜곡이 일어나는 등의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기재부는 기존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는 세액 50만원 이하까지 55%의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주던 것을 130만원선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이 방안에 따르면 급여가 5500만원에 근접한 이들은 절세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깎을 세금이 없는 2000만∼3000만원 아래의 저소득자는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근로소득세액공제 부분까지 보완책으로 인해 세부담의 역진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홍 회장은 “상황이 제각각인 근로자들의 세금을 획일적으로 깎으려다 보니 무리한 방안이 도입되는데, 징세구조에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좋은 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한국납세자연맹은 보완책에 대해 “세법 개정으로 과세표준이 한 단계 뛰어 증세되는 효과를 밝히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대표적으로 출산·자녀수 관련 보완책에 따른 감세효과에서 연봉 7000만원대 근로자는 과세표준 누진구간이 지난해 4600만원 이하(16.5%)에서 4600만원 초과(26.4%)로 뛰어 출산이나 자녀를 많이 낳을 경우 오히려 세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이번 보완책에 대해 “근로소득 과세에 대한 기본 철학이나 원칙도 없이 합리성과 공평성이 결여된 세법개정과 세수 추계로 소득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