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는 ‘한산’ 명품은 ‘북적’…소비도 ‘양극화’

2015-04-08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 서민들이 주로 찾는 마트는 한산한 반면 명품은 ‘불티’가 나는 등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 지난 1분기(1~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 줄었다. 의류 부문 감소율은 8%에 이를 정도다.홈플러스 역시 1분기 매출이 마이너스(-0.9%)를 기록했고 업계 1위 이마트도 불과 0.8% 성장하는데 그쳤다.3월만 따지면 소비 위축 정도는 더 심하다. 이마트의 패션 부문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11.2% 감소했고 양곡(-10.8%), 수산물(-8.7%), 가공식품(-3.2%)도 줄줄이 뒷걸음질쳤다.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대표 생필품인 우유는 가격을 크게 낮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정도”라며 “특히 수입 향신료나 이색채소류 등 고급 품목보다 일반 생필품의 매출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고 전했다.반면 고소득층이 애호하는 ‘고가품’은 오히려 매출 신장세가 뚜렷하다.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명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5% 늘었다. 이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명품 매출은 날았다.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파크제이드 등급(연 2천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의 작년 1~11월 평균 구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나 늘었다. VIP보다 한 단계 높은 VVIP급의 지출 증가율도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롯데백화점 최상위 고객(연 1억원이상 구매)의 작년 1~10월 구매액은 전년보다 14.1% 증가했다. 전체 고객 구매액 증가율(4.4%)의 3배를 웃돈다.지난 2~3월 서울시내 특급 호텔들이 선보인 ‘딸기 디저트 뷔페’의 인기에서도 고소득층의 위축되지 않는 소비가 그대로 드러났다.딸기로 만든 수십 가지의 고급 디저트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이들 뷔페 가격은 4만~5만 원대(성인기준)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2~3주 이후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고소득층 손님이 몰렸다.커피도 고급·프리미엄 제품인 ‘스페셜티 커피’ 수요만 급증한다. 서울 소공동 소재 고급커피 전문매장 ‘스타벅스 리저브’는 상위 7% 내 프리미엄급 원두만 사용해 6천~1만 2천 원에 이르는 비싼 커피를 내놓고 있다.이곳의 근래 하루 평균 판매량은 작년 3월 개장 초기(30여 잔)의 두 배로 늘었다.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이라지만 지속적으로 외제차를 비롯한 고가 제품 소비가 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최근 발표된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 논문을 보면 2010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 3797만 명 가운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05%를 차지한다. 상위 1%와 0.1%의 소득 점유율만 따져도 12.97%, 4.46%에 이른다.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1~2012년 사이 소득 하위 20%의 자산이 5만원(1493만원→1498만원) 증가할 때 소득 상위 1%의 자산은 무려 3억9000만원(39억6009만원→43억4932만원) 불었다.이처럼 소득과 자산 격차가 커지자 유통업체들은 고소득층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소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 VIP를 대상으로 ‘신년 해맞이 기차여행’ 이벤트를 진행했다. 본점·잠실점·영등포점 등 8개 지점 우수고객(구매액 등 기준) 중 참가 희망자 600여 명을 초청해 동해 망상해수욕장에서 첫 해돋이를 보는 것으로 올해 첫 공식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이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고 소득이 양극화할수록 판매자들은 수익에 도움이 되는 부자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귀족 마케팅’에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