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안심통장'을 둘러싼 우려들
기존 신(新)입금계좌지정제 등도 유명무실한 제도 전락
2016-04-15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피해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신(新)안심통장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척결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금융사고 피해자금의 인출 차단을 위해 고객 선택에 따라 지연 이체 등이 가능한 서비스와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금감원이 예시로 든 서비스는 크게 지난해 9월부터 시행중인 ‘新계좌지정서비스(안심통장서비스)’와 오는 10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지연이체 신청제도’로 나뉜다.이 중 지연이체 신청제도의 경우 예정보다 앞당겨 시행하되 ‘新안심통장’ 등의 상품 출시를 통해 제도 활성화를 노릴 방침이다. 해당 통장의 경우 고객이 이체의 효력을 일정시간 이후 발생하도록 신청하고 고객에게 고의성이 없는 경우, 금융회사가 1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량의 한도 내에서는 금융사기에 따른 피해금의 전부를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불거지고 있다. 별다른 효과도 없으면서 대책의 가짓수만 늘려놓기 위해 만든 전시성 행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실제 新계좌지정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기준 이용 고객이 고작 2000명대에 그치는 등 홍보 부족과 이에 따른 고객 호응 부족으로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금융당국은 해당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은행권의 적극적인 홍보를 당부해 왔으나 은행들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일회성 행사를 기획하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이에 은행들은 당국이 제안한 해당 서비스 자체에 사실상 결함이 있다는 입장이다. 별도의 혜택 없이, 사실상 금융상품에 당연히 주어져야 할 안전을 담보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 혜택을 비롯해 가입을 유도할 만한 장치가 사실상 없다”며 “그렇다고 안전을 위해 금리 이득을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해당 상품을 권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안심’이라는 이름을 붙인 해당 상품들이 실제로는 금융사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시중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모든 통장을 안심하고 사용하게 해 줘야지 특정 통장에 ‘안심’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그걸 보안 대책이라고 칭하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고객은 “고의성이 없는 사람에 한해 얼마를 보장해 준다고 하는데 그 고의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얼마나 고객에게 불리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며 “수 억원도 아니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고작 3000만원 가량을 보장받으라는 건데 이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금융 당국이 금융 사고 전반에 대한 명확한 사후 구제 보장 규준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하고 있다.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소비자 과실로 돌리는 관행을 유지하면서 예외 상품을 만드는 것은 기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무작정 소비자 과실로 돌리지 않는, 실질적 피해에 대한 사후 구제 보장 정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명확한 보상 기준 없이 특정 상품을 만들고 거기에 가입하면 얼마까지는 보장한다는 식의 보안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