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근절 대책에도 은행 대포통장 비중 늘었다
전년대비 3~4배 급증...단위농협 캠페인 풍선효과 영향
2016-04-15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대포통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단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대포통장 발생 비중은 도리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피싱사기 기준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2012년 3만3496건, 2013년 3만8437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만4075건으로까지 늘었다.개설한 사람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대포통장의 경우 금융사기의 편취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이에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과 수사기관 현장 실무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포통장 근절 집중 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등 대포통장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금융당국의 노력이 무색하게 일부 시중은행의 대포통장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 전체 대포통장 중 23.5%를 차지해 2013년 상반기까지 대포통장의 근원지로 꼽혔던 농협의 경우 행장이 직접 나서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통장 개설 요건을 까다롭게 하자 대포통장 비율이 지난해 하반기 2.5%까지 내려갔다.반면 지난해 2.7% 수준의 대포통장 비중을 기록했던 우리은행의 경우 올 2월 말 기준 대포통장 비율이 11.56%로 급격하게 뛰어 올랐다.국민은행도 지난해 2.97%에서 11%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3.5%에서 10.75%로 대포통장 비중이 늘었다.기업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대포통장 비중은 2%대에 머물렀으나 올해 들어서는 3~4배 가까이 대포통장 발생 비중이 높아졌다.이 같은 시중은행의 대포통장 급증 현상은 그간 우체국과 단위농협에서 집중됐던 대포통장 개설이 의심거래 모니터링 강화에 따라 은행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했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이에 은행들은 장기 무거래 계좌 등에 대한 인출한도를 낮추는 한편 통장 개설 요건 등을 강화하면서 대포통장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1년이상 사용하지 않은 장기 미사용 계좌의 인출한도를 4월부터 축소키로 했고, 우리은행은 예금계좌 개설기준과 통장 재발행 절차를 강화하는 등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시행 중이다.일각에서는 농협의 사례에서 보듯, 시중 은행들이 그간 대포통장 관리에 무심했던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들은 급증한 대포통장 비율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의 지도하에 각종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풍선효과가 명백하게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사전 관리가 있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은행들은 비중으로만 따지다 보니 늘어난 것 같지만 실제 건수는 줄어들었다며 항변에 나서고 있다.특히 비중으로만 보면 가장 높은 대포통장 증가율을 나타낸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대포통장 건수는 200여건에 달하지만 올 2월 말 기준으로는 85건, 3월 말 기준으로는 58건으로 줄어들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노력을 기울여 실제 건수는 줄었지만 농협 풍선효과로 비중은 늘어나 오해를 사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