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의 갑질 위에 갑

욱일기업 갑질 논란 원청사 삼성중공업으로 번져

2016-04-17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조선업계 상생과 동반 성장을 외쳐온 삼성중공업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데크하우스 제조를 위탁받은 욱일기업이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하게 작업단가를 인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400만원을 부과 받았다.데크하우스는 선박의 주택과 같은 곳으로 선장실, 기관장실, 체육시설 등이 배치된다.욱일기업은 삼성중공업으로 데크하우스 제조를 위탁받고 3개 수급사업자들에게 전장, 배관, 목의장 공사 등을 발주했으나, 2010년과 2012년 작업단가를 각각 15%, 5% 가량 일률적으로 인하했다. 욱일기업은 발주처인 삼성중공업의 단가 인하를 이유로 하도급업체 작업단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공정위는 욱일기업이 3개 수급사업자의 작업 내용 및 난이도, 거래 규모, 작업 단가 등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비율로 하도급단가를 인하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 욱일기업에 향후 재발방지 명령을 내리고 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발주자의 단가조정,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수급사업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하는 관행을 개선시키고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이 같은 관행적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욱일기업의 ‘갑질’이 삼성중공업의 단가 인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협력사인 욱일기업이 국내 조선업계 빅3인 삼성중공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실제로 욱일기업은 이번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보도된 내용이 전부고 곤란한 입장이라 더 할 말이 없다”며 “발주처와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 측도 “하청업체 이름을 거론하게 되면 추후에 이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며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원사업자, 즉 대기업의 이른바 ‘갑질’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특히 최근 대기업들은 동반상생을 강조하며 각종 상생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대표인 박대영 사장 역시 상생을 강조해 왔다.박 사장은 지난달 31일 제15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최근 어려운 조선 시황을 극복하기 위해 박 사장은 소통과 화합이라는 상생 문화를 강조하며 조선업계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이에 일각에서는 “말 뿐인 상생인 경우가 아직도 많다”며 “말 못하고 속 앓이 하는 피해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발주처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반면, 삼성중공업은 단가 인하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업체와 협의를 통해 단가는 인하될 수도 인상될 수도 있다는 것. 갑질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공정위 측은 욱일기업의 발주처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문제는 없느냐는 지적에 “단가 인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부당하게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